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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외로움 타는 고양이와 낯가림 심한 주인의 동거

입력 | 2017-04-29 03:00:00

◇고양이 그림일기/이새벽 지음/300쪽·1만5000원/책공장더불어




책공장더불어 제공

애완동물과의 동거를 현 시점에서 실현 불가능한 로망으로 품고 살아가는 독자로서 이런 책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리만족의 창이다. 끝까지 읽고 나면 당연히 또 ‘그래 역시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해’라는 결론에 닿을 걸 뻔히 알면서도 하염없이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책날개에 그저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만 짤막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어느 학교를 졸업해 어떤 번듯한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며 어디로 강의를 나가고 어떤 상을 받았는지 빼곡히 적어 놓는 여느 저자 소개와는 대조적이다.

글과 그림은 책날개 소개와 딴판으로 촘촘하다. 두 고양이와 한 인간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낸 1년간의 기록. 닫힌 문 앞에 소리 없이 앉아 열리기만 기다리다가 이따금 살짝 몸을 문에 비벼 보는 장군이, 길고양이만 보면 시비를 걸면서도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흰둥이. 식물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낯가림 심한 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장군이는 존중받는 느낌을 좋아한다. 큰 물건 옮길 때 놀라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지나가기, 안아 올리기 전에 “너 들어 올린다”고 미리 귀띔하기, 주전자에서 나오는 끓는 김이 얼굴을 향하지 않도록 주전자 꼭지 방향을 살짝 돌려놓아 주기, 그런 작은 행동들을 좋아한다. 몸 냄새가 거의 없어 토마토 줄기에 누웠다 오면 씁쓸한 풀냄새가, 담장 옆 그늘에 앉으면 서늘한 시멘트 냄새가, 화창한 날에는 햇볕 냄새가 난다.

길고양이였다가 어찌어찌 같이 살게 된 흰둥이는 서운한 티를 바로 내지 않지만 마음에 쌓아 두는 타입이다. 링웜 바이러스에 감염돼 ‘땜빵’이 생긴 배를 만져 달라고 드러누웠을 때 거절 못하고 만진 저자는 탈모로 몇 달을 고생한다.

“멍 때리는 시간에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으면, 가끔 눈물이 나려고 해서 참기도 하고 그냥 울기도 한다.”

출간 기념으로 책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사료 300g을 적립해 매월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는 이벤트를 한다. 사료 300g은 고양이 한 마리의 3일 치 식량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