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kt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김대현이 6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교체되고 있다. 수원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LG 김대현(20)은 최근 수원 원정 숙소에서 갑자기 팀 선배 임찬규(25)의 방을 급습했다. 그리고는 태연스럽게 임찬규가 자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임찬규가 27일 잠실 SK전에서 7.1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수확하자, 선배의 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겠다며 침대에 드러누운 것이었다.
‘투수 왕국’으로 달려가는 LG에 또 다른 영건이 등장했다. 지난해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대현이 일을 냈다. 김대현은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 선발등판해 5.1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2삼진 3실점으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그의 데뷔 첫 승. 여기에 팀도 위닝시리즈를 달성해 더욱 뜻 깊었다.
6회 3실점이 기록돼 평범해보일지 몰라도, 5회까지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5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했다. 그러다 6-0으로 앞선 6회말에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1사 후 이해창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박기혁에게 첫 볼넷을 내줬고, 이어 이대형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맞았다. 1사만루 위기에서 결국 정찬헌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내려왔다. 여기서 정찬헌이 심우준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맞아 모든 실점이 김대현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LG는 7-5로 승리했고, 김대현은 데뷔 2년 만에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임찬규의 침대를 급습한 보람이 있는 하루였다.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재학 시절부터 주목 받았다. 동기인 이영하(2016년 두산 1차지명)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다. 입단 첫 해인 지난해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LG 구단도 기초부터 차근차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 1군 등판은 6월9일 잠실 삼성전 1경기(1.2이닝)뿐이었다.
LG 김대현. 수원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LG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김대현을 1군 엔트리에 올리면서 기회를 엿봤다. 초반 4경기에 구원등판시킨 뒤 19일 대전 한화전에 처음 선발투수로 내보냈다. 5.1이닝 3실점 패전. 25일 잠실 SK전에 2번째로 선발등판했지만 4이닝 7실점으로 패전. 그리고 이날 마침내 승리투수가 됐다. 5.1이닝 동안 투구수가 55개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최고구속 146㎞ 직구를 31개 던졌고, 슬라이더 21개, 커브 3개를 추가했다.
LG는 올 시즌 팀방어율 2.96으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타고투저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놀라운 수치다. 지난해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2.95의 방어율로 1위였다. 리그 평균 방어율이 4.38이고, 팀방어율 2위 NC가 4.00인 점을 보면 얼마나 압도적인 기록인지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마무리투수 임정우가 부상으로 시즌 개막부터 이탈하고, 봉중근 이동현 등 베테랑투수들도 1군 마운드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철옹성 마운드에 영건들까지 쑥쑥 크고 있다. 화수분 마운드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김대현은 “경기 후 (정)찬헌이 형이 미안하다고 하던데,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 그런 상황에서 올라가면 투수는 누구나 힘들 수밖에 없다”고 의젓하게 말하더니 “지난 번 SK전은 다시 보기 싫었는데 영상으로 한 번 더 봤다. 봐야할 것 같더라. 내가 봐도 표정부터 긴장했더라. 나부터 지고 들어가는데 어떻게 타자한테 이기나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후회 없이 나답게 던지자고 생각했다. 포수 (유)강남이 형 리드대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첫 승 소감을 밝혔다.
수원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