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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가축방역은 농장에서 시작

입력 | 2017-05-01 03:00:00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AI 피해는 유독 한국에서 컸다. 2016년 11월에 발생한 AI로 총 3787만 마리의 가금이 도살처분됐다. 또 도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소득안정자금 등으로 3862억 원이 투입됐고, 계란 등의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경제적 사회적인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에 유행한 AI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국내로 날아오며 옮겨진 뒤 차량과 사람 등을 통해 농장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매년 12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국내로 날아오고 있어 이를 막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국내에선 가축을 밀집 사육하고, 차량과 사람 등의 농장 출입이 잦아 방역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농장의 취약한 방역시설과 소독 등 방역수칙 준수 미흡, 가금류 위탁 사육 계열화 사업자에 대한 방역 의무화 부재 등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닭의 75%와 오리의 90%가 철새 이동 경로인 서해안 지역에서 사육되는 점도 방역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정부는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19만여 농가를 등록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축산차량 4만9000여 대에 부착하는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방역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 종사자가 44만여 명에 이르고, 농장 트럭 등 10만 대 이상의 차량에 모두 GPS를 부착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 논란도 불가피하다.

이런 한계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4월 13일 ‘AI·구제역 방역 개선 대책’을 내놨다. 농가와 계열화 사업자의 책임 방역 노력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농가의 방역 노력에 따른 도살처분 보상금 차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조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시군별 최초 신고 농장은 100%까지 지급하고, 장화 갈아 신기 등 방역수칙 미준수 농가 등에 대한 감액 기준을 강화·신설한다.

방역시설이나 소독 노력이 미흡해 5년 내 3차례 이상 AI나 구제역이 발생한 곳은 축산업 허가를 아예 취소하기로 했다. 계열화 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방역 미흡 사항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 계열화 사업자의 방역 책임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농가 수준에서 방역을 강화할 수 있도록 축사시설 개선 지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10% 수준인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의 보조율을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30%까지 대폭 높여서 지원하고, 가금류 밀집 사육 지역의 농장 이전 등을 지원해 AI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육 제한 명령 권한을 부여해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차량 사람 등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AI가 발생했을 땐 아예 계란 수집상 차량의 산란계 농장 출입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런 모든 노력의 출발점은 농장이다. 농장에서 소독 설비를 구비한 뒤 △축사 및 주변 소독 △외부 차량 및 사람의 출입 통제 등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축산업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자율 방역 시스템이 작동될 수 있도록 농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