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청구서 파장]‘사드 부담금’ 대응 어떻게
○ 미국 정부, 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 수위 높일 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이어 28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내용 여론을 의식한 발언임을 시사했고, 수전 손턴 국무부 아태차관보 대행도 “사드 배치 관련 비용 분담에 대해서도 이미 한국이 기여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상황’이고,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이 두 차례 이야기한 내용을 참모들이 뒤집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한미 참모들 간에 구체적으로 무슨 합의가 이뤄졌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서 나온다.
○ “한국 차기 정부, 윈윈 전략 찾아야”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 자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선 앞으로 ‘안보 할증 요금’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시작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정부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고, 통상 문제 등을 통해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지금은 방위비 분담에 모두 몰입하고 있지만 무기 구입비가 될 수도 있고 사드 비용이 될 수도 있다”며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주둔국에 돈으로 치환되는 이슈들을 제기해 비용 부담을 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간 카운터파트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 등 북핵 및 한반도 담당 실무진 인사 상당수가 공석이고, 한국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기본 입장 확인조차 쉽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차기 정부로서는 신속한 대응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차분한 대응을 통해 ‘윈윈’ 전략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다룬 전직 외교관은 “한국이 직접 사드를 운용할 권리를 요구하거나, 한국이 부족한 레이더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등 이를 충분히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를 깎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기업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차기 정부가 득실 계산을 정확히 해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어야 된다”며 “방위비 분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우리가 여타 동맹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되 사드 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주고, 차라리 한미원자력협정이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언 직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지식재산권 강화, e-커머스, 공기업들의 경영 훈련 강화 등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라며 “예견하지 못했던 한미 FTA 파기까지 거론된 마당에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