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3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10억 달러 한국 부담’ 발언을 해명하고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한미 합의를 확인했다는 청와대 설명과는 상반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내가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그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다시 “재협상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어제 첫 공식 반응으로 “우리 핵 억제력 강화 조치도 최대의 속도로 다그쳐질 것”이라고 위협하는 상황에 사드 비용을 놓고 한미가 진실게임 양상을 띠는 것이 유감스럽다. 한미동맹은 대북 억지력 그 자체다. 자칫 역사, 가치를 나눈 동맹의 둑에 균열이 생겨 결국 대북 억지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북이 4월에 6차 핵실험 등 심각한 도발을 안 한 것일 뿐 한반도 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동맹의 주요 현안을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에 입각해 다루고 있다. 국익이 걸린 만큼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되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큰 틀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전략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순리다. 사드 문제도 한미동맹을 시대 상황에 맞춰 더욱 강력히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사안이지, 지금부터 트럼프의 협상술에 휘둘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