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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두손 묶인새… 덩치 키우는 中기업

입력 | 2017-05-03 03:00:00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 혈투 예고
中 “미래시장 주도” 국가 차원 지원… 생산설비 용량 2020년 157GWh로
현재 글로벌 수요의 2배 넘는 규모
中 시장 진출한 LG화학-삼성SDI ‘보조금 규제’ 걸려 공장가동률 바닥
韓-유럽 수출로 돌파구 찾기 안간힘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지은 배터리 공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 경쟁자들이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에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BYD(비야디·比亞迪)는 지난해부터 설비 용량을 매년 6GWh(기가와트시)씩 늘리고 있다. 2019년 증설을 완료하면 생산 규모가 34GWh로 2015년(10GWh)의 3배 이상이 된다. CATL은 2020년까지 생산 규모를 50GWh로 증설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대비 6배 수준이다. 궈쉬안(國軒)하이테크는 2015년 2GWh에서 2020년 23GWh로, 리선(力神)은 지난해 3GWh에서 2020년 20GWh로 생산 능력을 키운다.

최근 발표된 증설 계획만 합해도 중국 기업들의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설비 용량은 2020년 총 157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인 연간 65.1GWh(지난해 기준)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공격적인 선제 투자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2024년 283.5GWh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이 3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15년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실적 순위에서 일본 파나소닉(2위)을 제외하면 1∼5위가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6위와 9위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도약하고 있는 배경이다. LG화학과 삼성SDI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5년 각각 난징(南京)과 시안(西安)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내 배터리 판매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모델용 배터리에 대한 중국 공업정보화부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승인 기업 57곳을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을 배제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현지 배터리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공장 가동률도 바닥을 쳤다. LG화학은 올해 1월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중국 공장 가동률이 20%대였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오히려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동률을 70%가량(3월 말 기준)으로 올렸다. 삼성SDI는 중국 공장 생산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해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런 방안이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배터리산업 경쟁력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국은 특히 흑연 니켈 망간 구리 등 배터리 핵심소재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데다 기술 개발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배터리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배터리는 차세대 수출 산업인 만큼 대외변수를 하루빨리 돌파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해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