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크롱은 제2 올랑드” vs “르펜 친구는 독재자뿐”

입력 | 2017-05-03 03:00:00

佛대선 D-4… 파리 유세현장 르포
백인들만 가득찬 르펜 유세장… 佛국기 걸고 “프랑스 선택하라”
마크롱엔 흑인-동양인들도 환호… 佛국기와 함께 EU깃발 나부껴
마크롱, 20%P 안팎 지지율 앞서




대통령 결선 투표를 6일 앞둔 1일(현지 시간)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와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파리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낮 12시 파리 외곽 ‘북 파리 전시장’에서 르펜 연설이, 오후 5시에는 파리19구 ‘파리 이벤트 센터’에서 마크롱 연설이 열려 막판 대선 분위기를 달구었다.

연설장 분위기는 확연하게 갈렸다. 르펜의 선거 구호는 ‘프랑스를 선택하라’였고, 마크롱의 구호는 ‘공화국(레퓌블리크) 다함께’였다. 백인들로 가득 찬 르펜의 연설장은 프랑스 국기로만 뒤덮인 반면, 흑인과 동양인 등 유색인종이 뒤섞인 마크롱 연설장에는 프랑스 국기와 유럽연합(EU) 국기가 함께 나부꼈다.

르펜 지지자들은 한 시간 전부터 행사장 밖에서 ‘마린 대통령’을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골수 FN 지지자라고 밝힌 세비에 쿠르셀 씨(52·여)는 “드디어 FN이 프랑스의 첫 번째 정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서 “그녀(르펜)는 프랑스의 역사”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르펜 지지자들의 연령대는 젊은층부터 노인까지 다양했다. 에리크 씨(24)는 “세계화로 인한 실업 문제가 워낙 심각해 젊은층이 르펜으로 쏠리고 있다”며 “마크롱은 나이만 젊지 부자와 노인만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5시간 버스를 타고 온 70대 노인은 “프랑스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후보는 르펜뿐”이라며 프랑스 국기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마크롱 연설장의 분위기는 훨씬 가벼웠다. 행사장에는 댄스 음악이 울려 퍼졌고 연령과 상관없이 노랑, 분홍, 하늘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그들이 입은 티셔츠에는 “모두를 위한 프랑스가 돼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유세장에서 만난 25세 카를로스 씨나 66세 아순 씨 모두 마크롱 지지 이유를 “좌우가 아닌 미래로 나가고 싶다. 증오의 분열을 유도하는 르펜은 너무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30대 젊은 후보를 향한 변화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르펜과 마크롱 모두 선거 막판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상대 후보 공격에 주력했다. 르펜은 마크롱을 향해 “마크롱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다 잘해 주면서 잘살 수 있다고 한다” “말로는 변화를 말하지만 실제는 올랑드 정부와 같은 인물이 그대로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공격했다. 마크롱도 90분간의 긴 연설 내내 르펜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르펜의 친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만 있다” “르펜은 과거의 영광만을 이야기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1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레제코의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각각 59%와 61%를, 르펜은 41%와 39%를 기록해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였다.

두 후보의 치열한 유세 대결과 더불어 파리 곳곳에서는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노동절을 맞아 전국에서 14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와 최루 가스로 막는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경찰 6명이 다쳤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