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대화’ 카드 꺼낸 트럼프]취임 100일 인터뷰서 불쑥 발언 北과 비핵화 협상 염두에 둔듯… 中에 대북제재 이행 우회압박도 일각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해 기존 압박 기조에서 양극단으로 이동했다. 트럼프는 세제 등 주로 경제 이슈에 대해 언급하다 인터뷰 후반부에 갑자기 이 발언을 내놓았다.
“오늘 긴급 뉴스 하나 나오겠네. 긴급 뉴스로 보도할 것인가?”(웃음)
“오케이. 지금 우리는 (북핵과 관련해) 해야 한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으로 대처해야 할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김정은)를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스럽게 할 것이다. 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3일 만난다. 난 중동 평화를 원한다. (중략) 그래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자신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문제들을 해결해 왔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이 마련된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김정은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금이 (북-미 대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인가.
“우리는 김정은이 자기가 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놔둘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쏘도록 방치할 수 없다.”
“(질문을 자르고) 자, 대부분의 정치인은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적절한 환경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긴급 뉴스 나왔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면 꺼내지 않았을 북-미 대화 카드를 공개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표정이다. 사업가 시절 경험을 부각시킨 재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김정은과의 대화 카드는 트럼프가 평소 생각을 말한 것으로 일회성 돌발 발언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발언으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한 축인 ‘최고의 개입’의 첫발을 뗀 셈이 됐다. 실제로 ‘4월 위기설’을 낳았던 대북 군사 압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트럼프가 전날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지칭한 것도 사전 포석일 수 있다.
이날 발언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또 다른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북한에 대해선 “이렇게 나오는데도 핵 도발을 할 것이냐”는 메시지를, 중국엔 북-미 대화 카드도 갖고 있으니 대북 제재 이행에 더 나서 달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날 인터뷰에서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이란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한 것도 북-중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