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방영되는 영화를 한 사람도 졸지 않고 끝까지 ‘시청 완주’하는 이변을 경험했다. 오드리 헵번(사진),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1953년)이다. 채널을 돌리다가 헵번의 단발머리에 끌려 잠시 멈췄는데, 곧 영화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공주가 기타로 경호원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이나 마지막 기자회견 신은 그런대로 기억이 났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의 갈피마다 공백이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대학생 아이가 영화에 대해 ‘엄지 척’을 했다는 것이다.
60년이 지난 올드 스토리가 세월과 세대차를 뛰어넘은 것은 지금 봐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헵번의 캐릭터 때문인 듯하다. 투병 중에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했던 헵번 말년의 모습은 아직도 사람들 마음에 생생하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