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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숫자를 예술로 바꾸는 수학자들

입력 | 2017-05-03 03:00:00


상훈: 엄마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있네요. 저는 평소에 3차원(3D)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 궁금했어요.

엄마: 그래, 다양한 전시회 및 체험이 많구나. 그런데 이런 애니메이션에도 수학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니?

상훈: 설마요. 그림을 그리는 일과 수학은 다른 거잖아요.

엄마: 그렇지 않단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애니메이션 회사를 인수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수학자를 고용한 것이란다. 사람 손이 아닌 식으로 그림을 그려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던 생각 때문이지. 요즘은 수학자와 연합하여 좀 더 다양하고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많이 하고 있지.



보통 수학과 예술은 매우 다른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추상적인 사고, 하나는 감성을 다루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때로는 둘 사이에 유사점이 있음에 놀라기도 합니다. 아름다움의 근원을 분석하면서 발견한 다양한 수학적 비, 규칙을 이론화한 사례나 미술의 원근법과 새로운 차원의 기하학(도형을 다루는 수학 분야) 등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온 예들이 그것입니다.

○ 수학의 시각화

예전 수학자들은 새로운 수학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3D 프린팅 기술이나 애니메이션, 가상현실과 같은 디지털 도구는 수학자들이 탐구와 동시에 그들의 작업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구조를 칠판에 그리는 대신 이런 기술을 통해 실제 모델을 보여주거나 가상 모델을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죠. ‘수학적 시각화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이유죠.

[그림 1] Borromean Rings―국제수학연합의 로고 출처: https://phys.org/news/2017-04-technology-mathematicians-art.html

시각화는 수학 연구에서 사고를 검증하고 규칙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수학자 존 설리번은 수학의 사고 유형을 순수하게 추상적 개념을 탐구하는 ‘철학자형’, 식을 연구하는 ‘분석가형’, 이미지를 생각하는 ‘기하학자형’으로 구분했습니다. 몇 년 전 국제수학연합(IMU)의 로고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보로메오 고리(Borromean Rings)’라고 불리는 존 설리번의 작품은 이러한 세 가지 사고 유형의 결합을 잘 표현합니다. [그림 1]

기하학적 매듭을 연구해 온 그의 이론은 최상의 배열을 찾는 것을 포함합니다. 이 고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중 어느 하나가 잘리면 다른 것이 모두 한꺼번에 떨어져 나갑니다. 또 고리가 서로 겹치지 않는 가능한 가장 짧은 형태라는 점에서 최소한임을 보여줍니다. 이미지가 수학적 증명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수학자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볼 수 있고, 오류가 있는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 수학과 예술의 만남

최근에는 시각화 도구를 이용해 수학자들이 창의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의 반복적인 패턴과 공식을 이용해 자동 뜨개질 스카프를 만든다거나 생물학자이자 건축가와 수학자가 연합하여 단백질이 접히는 방식을 이용해 3D 드레스를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학을 디자인과 예술, 생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림 2] [그림 3]
 

[그림 2] KnitYak Scarf―반복적 규칙 공식을 이용한 자동 뜨개질 스카프. 출처 http://makezine.com/2015/07/13/hacked-machine-knits-custom-mathematical-scarves/


  

[그림 3] Kinematics Dress―단백질의 접기 규칙 식을 이용한 3D 프린팅 드레스. 출처 http://n-e-r-v-o-u-s.com/projects/product/


 
○ 수학으로 만든 그림, 애니메이션

초기 애니메이션에서는 한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수백 장의 그림을 그려야 했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또 수백 장의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지금 디지털 애니메이션 역시 제작 과정에서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단계가 있긴 하지만, 수학자가 설계한 방정식을 컴퓨터에 입력해 그린 그림은 수식에 입력한 값을 조금씩 다르게 하면 각 장면을 비교적 쉽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 기간과 투자 기간을 줄이면서도 더욱 생생한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수 있게 됐죠. 이를 위해 스티브 잡스가 애니메이션 회사를 인수하여 수학자를 영입, 재기에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래픽 전문가들은 물이나 불, 눈과 같이 특정한 형태가 없는 효과가 필요한 장면이 가장 만들기 어렵다고 합니다. 특정 형태가 없지만 각각 고유의 성질이 있어, 자칫 잘못 표현했다간 물이나 눈이 전혀 다른 물질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눈이나 물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장면 묘사를 위해 수학자, 공학자, 개발자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을 따르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타내려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물의 양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선 물병에서 쏟아지는 물의 양과 컵에 채워지는 양이 반드시 같을 것입니다. 또 물을 따를 때 물병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속도, 컵 벽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양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 수학자는 밀도와 부피 같은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물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함수식을 만듭니다. 그러면 공학자와 개발자는 이 함수식을 감독과 디자이너가 원하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구현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수학자 조지프 테란 교수는 인기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바다와 ‘겨울왕국’의 눈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물체의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수학 방정식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그 덕분에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는 실제와 가깝게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