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에서 즐겨 먹는 ‘아이올리 소스’(왼쪽 그릇). 마늘, 달걀, 올리브 오일로 만든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한국인의 마늘 섭취량은 스페인의 1.5배, 미국 프랑스의 5배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요리에 마늘을 곁들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마늘을 많이 먹는 근본적인 이유는 김치 때문인 것 같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룻바닥에는 아버지가 만들고 관리하는 만병통치약이 있었다. 아오모리 소주에 담근 마늘로, 감기가 들 것 같은 증상이 보이기 시작할 때 먹는다. 수년 동안 저장해놓고 먹은 우리 집 상비약으로 설탕을 넣고 끓여 따뜻한 차처럼 마신다. 금방 몸에 열이 나면서 식은땀이 흐르는데 따뜻하게 한잠 자고 일어나면 감쪽같이 한기가 달아난다.
유럽 국가 중 스페인은 최대의 마늘 생산국이다. 스페인 요리는 전쟁을 통해 로마와 아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로마군은 어디를 가더라도 각자 몸에 마늘을 지니고 다녔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마늘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14세기 알폰소 왕은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기사의 성(城) 출입을 금지할 정도였다. 17세기 초 출판된 소설 ‘돈키호테’에선 마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무조건 가난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당시 서민의 만병통치약이 마늘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탈리아 사람이 마늘을 많이 먹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마늘을 많은 레시피에 다양하게 쓰기는 하지만 최소량으로 향과 맛을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소스를 만들 때는 통째로 오일과 볶아 향을 우려낸 다음 꺼내 버리고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는 해안과 근접한 지역으로 해물, 허브와 야채, 올리브 오일을 잘 사용해 미식 요리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마늘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마늘을 마요네즈와 함께 갈아 만든 ‘아이올리’ 소스는 ‘그랜드 아이올리’라는 요리와 함께 제공한다. 여러 가지 신선한 채소를 살짝 데치거나 해물, 닭을 쪄서 아이올리에 찍어 먹는 단순한 요리다.
‘루이’라는 사프란과 고추를 넣은 마늘마요네즈 소스는 ‘부야베스’라는 수프와 곁들여 먹는데 진하고 걸쭉한 국물과 마늘 향, 사프란 특유의 오렌지색과 향을 미식평론가 쿠르노스키는 ‘황금수프’로 불렀다. 나도 10년 전 여름 최고의 황금수프를 찾아 한 달 동안 여행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세계인의 수프가 된 것이다. 마셀 지역 어부의 아내들이 그물에 걸린 볼품없는 생선의 뼈를 모아 끓이다가 갈고 으깨 체에 내린 것으로 추어탕과 비슷하다. 따로 준비된 해산물들을 수프에 넣고 익혀 루이를 곁들여 낸다.
아내가 흑마늘 만드는 법을 알게 되면서 요즘은 마늘 냄새에 취해 살고 있다. 물론 매일 흑마늘을 먹는다. 100세 팔팔한 인생을 위하여.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