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非文 정서 있지만 반영할 선거구도 안돼 안철수 홍준표 후보 패배가 뻔한 길 고집 저도 안 믿는 승리 장담 말고 현실적인 연대 모색하라
송평인 논설위원
안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는 제3당을 만들었다고 자랑하지만 국민의당에서 그는 호남 의원들 위에 떠 있는 부초(浮草) 같은 존재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간판용 지도자와 중간의 호남 의원들, 바닥의 지지층의 생각이 각각 다르다.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 실패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나고 호남 의원들은 민주당에 흡수되거나 소수 지역정당 소속으로 쪼그라들 것이다.
안 후보는 스스로를 보수도 아니고 중도도 아니고 진정한 진보라고 여기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착각일 뿐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의 등에 타 있는지 모른다. 지난 총선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고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보수에서 중도로 움직여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문 후보가 싫어서 반(反)문재인 영역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는 연대다. 좋아하면 사랑을 하거나 우정을 나누지 연대를 하지 않는다. 연대란 싫어도 더 싫은 편 앞에서 차이를 뒤로 돌리고 하나인 척하는 것이다. 안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가 좋아서 연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싫어도 더 싫은 상대인 박근혜를 이기기 위해 연대한 것이다. 프랑스 같은 결선투표도 없고, 미국 같은 플랫폼 양대 정당도 없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연대는 정치공학이 아니라 불가피하다. 역대 대선이 그걸 증명한다. 연대는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린 것이 아니라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홍 후보는 선거에서 져도 잃을 게 없다. 이것이 모든 것을 잃는 안 후보와의 차이다. 홍 후보처럼 계산이 빠른 사람이 정말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선거에 나왔다고 보지 않는다. 며칠 후 안 후보를 골든크로스로 제친들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아 이길 수 없다는 걸 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의 내심에는 문 후보가 집권하면 자신은 당권을 쥐고 적대적 공존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이 있는지 모른다.
떨어져도 잃는 게 없는 사람이 선거에 나와 있는 것만큼 선거를 맥 빠지게 하는 것도 없다. 그의 지지자들 중에는 정체성 투표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질 때 지더라도 탄핵 정국에서 쪼그라든 세를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이나 바른정당 같은 소수 정당이라면 정체성 투표를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100석 안팎의 거대 정당이 정체성 투표를 하겠다는 건 집권을 미리 포기한 소수 정당의 패배 의식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는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가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압도적 1위 후보 지지자도, 그 밖의 후보 지지자도 반드시 투표하러 갈 이유가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 후보와 홍 후보가 엇비슷한 지지도를 얻는 지금은 2, 3위도 분명치 않아 전략적 투표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 흡수될 염려 없이 대등하게 연대를 모색할 호기(好機)이기도 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뒤집겠다고 정계 복귀 선언을 하면서 “이제 다시 내 손을 더럽히려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는 때로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악마로 보일지라도(실은 악마도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