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양현종(29)에게 3일 고척 넥센전은 다소 부담스러운 한판이었다. 애초 외국인선수 팻 딘이 이날 선발등판할 예정이었지만,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껴 등판을 미룬 터였다. 양현종은 4월28일 광주 NC전 이후 4일 쉬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당시 108개의 적지 않은 투구수를 소화한 터라 다소 부담이 따를 법했다. 게다가 지난해 고척돔에서 선발등판한 2경기 성적도 1패, 방어율 5.93(13.2이닝 9자책점)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양현종에게 이러한 우려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양현종은 이날 7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7안타 무4사구 7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첫 등판인 4월4일 광주 SK전부터 6경기에서 6전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6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가 6이닝을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내는 것)를 기록했고, 올 시즌 방어율도 종전 1.83에서 1.52(41.1이닝 7자책점)로 끌어내렸다. 삼진 38개를 솎아내는 동안 볼넷 허용은 단 3개뿐이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다. 선발투수 방어율 3.02(172.2이닝 58자책점)로 이 부문 1위인 KIA 선발진의 중심에 서 있다.
이날 양현종은 최고구속 148㎞의 빠른 공(65개)을 중심으로 체인지업(17개)과 슬라이더(14개), 커브(10개) 등의 변화구를 섞어 넥센 타선을 제압했다. 7개의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는 직구 4개, 체인지업 2개, 슬라이더 1개였다. 스트라이크(70개)와 볼(36개)의 비율은 이상적이었고, 2회 1사 3루, 4회 2사 2루, 5회 2사 2·3루, 7회 2사 1·3루 등의 위기도 슬기롭게 벗어났다.
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회 넥센 김하성의 빠른 땅볼 타구에 복부를 맞고도 곧바로 일어나 투구를 이어간 것과 실책 2개가 동반돼 힘이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점에선 에이스의 품격마저 느껴졌다. 빠른 공을 노린 넥센 타자들은 15일 광주 경기와 마찬가지로 양현종의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양현종의 올 시즌 넥센전 상대전적은 2승, 14이닝 무실점으로 절대 강세다. “넥센 타자들의 성향이 공격적이라 주자를 쌓지 않고 바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양현종의 코멘트다.
양현종은 경기 후 “화요일부터 선발등판을 통보받고 준비했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자신 있었다. 내가 좋지 않을 때 다른 투수들이 막아줄 것으로 믿고 오늘 최선을 다해 던졌다”며 “수비의 도움이 컸다. 포수 (김)민식이가 ‘주자는 내게 맡기고 타자와 승부하라’고 한 것도 힘이 됐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타이거즈(해태~KIA) 좌완 최다승 기록을 세운 것도 의미가 크다. 어릴 적부터 타이거즈를 보고 자랐는데,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날 승리로 통산 93승째를 따낸 양현종은 김정수 현 KIA 3군 코치의 92승을 넘어 타이거즈 좌완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