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투병하다 2일 세상을 떠난 중견 연극 배우 이연규 씨. 동아일보 DB
중견배우 이연규 씨가 암으로 투병하다 2일 별세했다. 향년 52세.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극단 실험극장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고인은 호소력 있고 안정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 연기자였다. 고 김동현 연출가가 이끈 극단 코끼리만보에서 활동하며 ‘그을린 사랑’, ‘대학살의 신’ 등에 출연하며 완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암과 싸우면서도 무대를 떠나지 않은 고인은 “집에 있으면 환자지만 무대에 서면 배우가 된다. 내게 연기는 삶을 지속해나가는 방식이자 행복이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미련하다고 말할 정도로 꾸준히 연극인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남편인 배삼식 극작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47)가 쓴 ‘먼 데서 오는 여자’로 2014년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다. 기억을 잃은 아내 역을 맡은 고인은 발군의 연기력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제대로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시상식장에서 고인은 “축하해준 친구 중 한 명이 ‘그 상은 한 작품에서의 연기만 보고 준 게 아니라 5년, 10년 동안 쭉 지켜보다가 주는 상’이란 말을 했는데, 참 좋았다”고 울먹였다.
이에 앞서 2012년 ‘그을린 사랑’에서는 기구하고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어머니 역을 절절하게 연기해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서울대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2072-2091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