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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국영수 세계1등인데 금융은 너무 몰라”

입력 | 2017-05-04 03:00:00

[찾아가는 금융캠프]황영기 금투협회장-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 숭실대 특강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찾아가는 2017 청년드림 금융캠프’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한국 금융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금융 전문가들이 금융 지식과 신용 관리에 대해 강연하고 은행의 인사 담당자가 취업 준비 요령도 들려줬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 청년들의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실력은 세계 1등인데 ‘금융’은 너무 모른다. 돈에 대해 사회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데, 스스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베어드홀 강당. 200여 명의 학생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이날 특강을 위해 연단에 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학생들이 고위험 고수익의 개념을 알아도 금융 생활에 중요한 ‘복리’의 위력을 잘 모른다”며 금융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채널A와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이날 ‘찾아가는 2017 청년드림 금융캠프’에서는 황 회장과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가 특강에 나섰다. 이어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전문가들이 금융 지식과 신용 관리에 대해 강연하고 상담도 진행했다. 우리은행 인사담당자가 직접 금융권 취업 준비 요령도 들려줬다.

○ “가계 금융자산 커져 자산운용업 유망”

황 회장은 국내 금융 산업의 생태계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경제 규모에 금융업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삼성이, 가전은 LG가 세계를 휘젓고 있는데 금융에서는 이런 글로벌 회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 53개 증권사 전체 자기자본규모(47조7000억 원)가 골드만삭스(94조 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의 공공재적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황 회장은 설명했다. “금융은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돕는 공공재 성격이 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이 지원하는 것도 그 안에 얽힌 고용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선진국들은 틀만 정해놓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원칙 중심의 규제 체제’인 데에 반해 한국은 상품 하나하나까지 촘촘하고 세밀하게 규제가 짜여 있다. 바꿔야 할 부분이다.”

황 회장은 금융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부동산 중심의 가계 자산이 금융 자산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가계자산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각각 63%, 37% 정도인데 앞으로 미국처럼 금융자산의 비율이 60∼70%로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예금보다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에 돈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고객들의 돈을 모아서 운용하는 ‘자산운용업’이 유망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운용은 뛰어난 5∼10명만으로도 장소나 설비에 구애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다. 연금 시장도 2030년이면 700조 원 정도로 커진다.”

○ “격변의 시대, 질문하는 능력 중요”

황 회장과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는 핀테크(금융기술) 등 이날 특강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금융권이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필요한 것은 은행 업무이지 은행이 아니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했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격변의 금융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전했다. 황 회장은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는 이러한 질문하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사회 현상을 잘 이해하고 조합하는 능력이 앞으로는 더 중요하다. 특히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누군가는 검색어를 쳐야 한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어 테마파크 같은 인프라에 투자하는 대체투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앞으로는 기존의 주식이나 채권 외에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보편화될수록 여러 인간이 함께 느끼는 것에 가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레고 펀드’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 신용등급관리 등 유용한 금융지식도 설명

이어 최성권 금융감독원 부국장은 학생들에게 대출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신용등급은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등 알아두면 유용한 금융지식을 설명했다. 또 대포통장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사들의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강연 도중 스마트폰으로 발표 자료를 촬영하거나 노트북에 내용을 받아 쳤다. 권영민 우리은행 인사팀 과장은 이날 우리은행을 비롯해 은행권 채용 과정을 소개했다. 인문계 출신도 정보기술(IT) 부문에 지원할 수 있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 구사 능력이 있으면 유리하다는 팁도 소개했다. 자기소개서와 관련해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쓰고, 문단을 나눈 뒤 제목을 다는 게 좋다. 자신이 잘 드러나는 사례를 소개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금융 강연과 은행 인사 담당자의 채용 설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유민 씨(21·여·금융학부 3학년)는 “금융 산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자산운용 부분을 눈여겨봐야겠다”고 말했다. 김우진 씨(23·경영학과 3학년)는 “은행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 과정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설명해준 부분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