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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자위대 합헌화가 나의 사명”

입력 | 2017-05-04 03:00:00

2020년 목표 개헌 구상 밝혀… 전쟁포기-교전 불인정 조항 유지
논란 덜한 내용부터 손질 시사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올 초부터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3일 헌법기념일에 ‘본색’을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한 개헌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자위대 합헌화가 내 시대의 사명”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현행 헌법을 손질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9조의 1항(전쟁 포기), 2항(군대 불보유, 교전 불인정) 조항을 그대로 두되 자위대의 존재를 기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로 삼고 싶다”며 시한도 못 박았다.

아베 총리가 이날 내놓은 구상은 2012년 자민당이 공표했다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산 개헌 초안보다 상당히 유연해진 형태다. 당시 초안은 9조의 1항과 2항을 바꾸고 ‘국방군’ 보유를 명시하는 내용이었다.

저항이 덜한 내용으로 개헌에 착수한 뒤 논의 과정에서 뜯어고치는 ‘2단계 개헌’ 구상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은 지금까지도 개헌 논의에서 헌법 9조와 관련한 언급은 자제하면서 대학교육까지 무상화하는 ‘교육 무상화’나 긴급사태 조항(재해 시 총리 권한 강화, 국민 기본권 제약) 신설 등 논란이 덜한 부분의 개헌을 강조하는 전략을 써 왔다.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자위대의 존재에 대해 “일본의 헌법학자 상당수가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며 “북한 정세 등 안보환경이 엄중한 가운데 자위대에 ‘위헌일 수도 있지만 목숨 바쳐 지켜 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자민당과 소수정당인 ‘일본 유신회’를 제외하면 정치권에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일본 언론은 사별로 다른 논조를 나타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 공명 유신회 3개 정당은 3년 뒤 개헌을 향해 매진하라’는 사설을 싣고 개헌 드라이브를 독려한 반면, 아사히신문은 ‘헌법 70년, 이 역사에 대한 자부를 잃으면 안 된다’는 사설을 1면에 실었다.

시민 1만1209명이 참가한 ‘시민의 의견 30회’는 각 신문에 전면 의견광고를 싣고 “일본 헌법은 평화의 이념”이라며 “시행 70년 헌법을 미래로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