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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四季]신록의 입맛 돋우는 새콤 상큼 바다의 향

입력 | 2017-05-04 03:00:00

[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5월 멍게




냉동 보관으로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멍게. 왼쪽부터 참멍게, 돌멍게, 비단멍게.

《지난달 음식사계에 소개했던 미더덕의 큰언니뻘인 멍게는 5월에 가장 ‘물 만난 해산물’이다.

‘우렁쉥이’라고도 불리는 멍게는 회의 곁들이나 기본 밑반찬으로 인심 넉넉히 제공될 만큼 어디서나 사시사철 흔히 먹을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손쉬운 요리방법으로 친숙한 재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붉은색에 폭탄처럼 뿔을 잔뜩 세우고 있는 멍게는 참멍게, 뿔멍게 등으로 불리는 멍게의 한 종류일 뿐이다. 자연산도 있지만 대개 양식으로 냉동 보관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사실 뿔멍게라고 불리는 멍게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다른 멍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멍게는 세계적으로 2500여 종이 존재한다. 먹을 수 있는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특산종인 붉은 멍게는 색은 시뻘겋고, 촉감은 솜털처럼 부드러워 마치 천도복숭아를 떠올리게 한다. 매끈한 가죽 같아 비단멍게라고도 불린다. 남도 해안에서 나는 끈멍게는 바위 위에 서식하며 돌처럼 생겨 돌멍게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장 속을 파먹고 난 뒤 남은 단단한 껍질은 소주잔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아는 만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멍게는 메인 요리로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종류의 요리와 다양한 맛을 자랑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멍게, 어디에도 빠지지 않던 멍게로 색다른 한 끼 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핫플레이스 5

멍게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요리한 이색 맛집을 소개한다. 멍게 향을 색다르게 또는 폭넓게 느껴보고 싶다면 주목해도 좋다. 클래식 스타일이면 또 어떠랴. 멍게 살을 가져다가 잘게 썰어 흰밥에 올린 거제향토음식 멍게 비빔밥을 전국에서 즐겨 보자.

○ 락희펍

멍게는 곁들이나 기본 밑반찬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멍게 살 특유의 톡 쏘면서도 향긋한 바다의 맛으로 메인 요리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경남 통영 수협에서 받아오는 햇멍게와 갖은 해물로 조리한 락희펍의 ‘멍게 파에야’.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마포와 여의도 술꾼들에게 사랑받는 이곳은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모던 요리펍으로 락희옥의 두 번째 공간이다. 200가지가 넘는 술과 함께 편안한 스페인 요리가 제공된다.

경남 통영 수협에서 받아오는 햇멍게로 조리한 ‘멍게 파에야’는 갖은 해물을 넣어 만든 스페인 전통 쌀요리다. 쌀, 토마토, 청양고추, 치즈, 새우, 조개 등에 통영 멍게와 전남 신안군 만재도에서 공수한 거북손을 곁들였다. 밥 위에 넉넉히 뿌려진 노란 멍게 살 덕에 특유의 톡 쏘면서도 향긋한 바다의 맛이 더해졌다. 조갯살같이 쫄깃한 거북손도 식감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햇멍게와 제철 해산물이 들어간 ‘용궁라면’은 애주가의 해장술국으로 제격이다. 멍게 향이 국물에 퍼져 깊은 맛이 위장까지 전해져 술을 부른다. 락희펍 자체 브랜드로 제조한 사과 증류주 ‘락희’는 부드럽고 달달해 멍게의 간기와 궁합이 좋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265-7 공간찬넬빌딩. 02-704-7766. 멍게 파에야 2만5000원, 용궁라면 1만5000원.

○ 백만석

35년 역사의 경남 거제의 향토음식점으로 거제에서 4∼6월 생산되는 빛깔 좋은 멍게를 사용해 멍게 비빔밥, 멍게 고추장비빔밥을 내놓는다. 비빔밥 위에 얹은 네모난 멍게 조각은 백만석의 상징이다. 멍게 살을 다진 후 양념과 버무린 뒤 저온에서 반숙성했다. 언뜻 보면 햄 덩어리 같기도 하며 모양새가 단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갓 지어 내온 따끈한 밥 위에서 멍게 조각은 균열이 일기 시작해 비빌수록 밥알 틈에 멍게 양념이 녹진하게 스며들어 간다. 멍게를 처음부터 진하게 맛보고자 한다면 함께 딸려 나오는 계절 지리국 한 숟가락을 멍게 조각 위에 더하는 것도 좋다.

경남 거제시 계룡로 47 오헌빌딩. 055-638-3300. 멍게비빔밥 1만2000원, 멍게 고추장비빔밥 1만3000원.

○ 동해식당

경남 통영의 동파랑 마을에 위치한 작은 동네 밥집이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해가 연상되는 상호명만 보면 아침밥은 이곳에서 해결해야 될 것 같다. 성게가 푸짐하게 들어간 미역국, 직접 담근 무김치, 학꽁치 세꼬시(뼈째 썰어놓은 회) 등 든든한 찬들과 함께 제공되는 멍게 비빔밥을 만나볼 수 있다. 멍게, 김가루, 깨만 단출하게 담겨 나오며 공깃밥은 별도로 준다. 여럿이 함께 왔다면 볼락매운탕이나 도다리쑥국, 굴국밥 등 계절 특미도 함께 즐겨볼 것을 권한다.

경남 통영시 동충4길 54. 055-646-1117. 새싹멍게비빔밥 1만2000원, 멍게비빔밥 1만 원.

○ 충무집

경남 통영시에서 지정한 통영향토음식점이다. 통영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배진호 대표가 2003년 문을 열었다. 매일 아침 통영 앞바다의 도다리, 참꼴뚜기, 학꽁치, 쥐치, 숭어 등을 직송받는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멍게밥은 소금으로 약간 간한 뒤 숙성한 멍게젓갈을 올리고 무순 김가루와 함께 즐긴다. 이때 술뱅이 매운탕, 구파래국, 잡어매운탕, 갈치조림과 세트처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9길 24. 02-776-4088. 갈치조림과 멍게밥 1만3000원, 구파래국과 멍게밥 1만8000원.

○ 나물먹는곰

1930년생 경북 출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꾸린 한옥 콘셉트의 한식집이다. 비빔밥, 가마솥 곰탕 등 가정식 음식을 소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나무가 주는 차분함, 정갈한 밥상 등 배려의 공간은 밥맛을 더한다. 가마솥에서 정성껏 지은 밥 위에 새싹과 갖은 채소, 통영산 멍게, 김을 올려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0-12. 02-323-9930. 멍게비빔밥 1만 원.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돌기-껍질 안 터지게 자른뒤 내장 빼내면 ‘끝’
 
●멍게 손질법


멍게 손질은 막이 터지지 않게 주의만 한다면 쉽게 할 수 있다.

식당에서만 멍게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전국 수산시장에서 물 만난 멍게를 공수한 뒤 가정에서 나만의 멍게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싱싱한 멍게 찾는 법과 멍게 손질 때 유의점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싱싱한 멍게는 색감이 진하게 붉고, 껍질이 두껍고, 돌기의 돌출 정도가 강하다. 수족관에서 숨을 쉬고 있는 멍게는 두 개의 구멍이 열려 있어 물을 계속해서 내뿜는다. 플랑크톤과 산소 등을 걸러 섭취하는 입수공과 출수공이다. 멍게를 수족관에서 빼내 몸통을 치면 싱싱한 멍게는 출수공으로 물을 내뿜는다.

손질은 무척 간단하다. 뿔멍게나 붉은 멍게는 돌기 부분을 가위나 칼로 자른 뒤 막이 터지지 않게 껍질을 자른다. 그 다음 껍질 안에 품어져 있는 샛노란 내장을 조심히 빼낸다. 내장을 정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흔히 배설물로 착각하는 검고 울퉁불퉁한 씨앗같이 생긴 것은 깊고 녹진한 맛을 내는 심장이다. 버리면 손해다.

얇고 긴 실핏줄같이 생긴 항문줄은 제거하면 된다. 특별히 붉은 멍게의 경우 막과 내장이 뿔멍게에 비해 물컹하니 내막이 터지지 않게 더욱 유의한다. 돌멍게는 그냥 반으로 가르면 끝이다. 티스푼으로 내장을 떠낸 뒤 호로록 먹으면 살만 나온다. 껍질 안의 남은 간기를 소주로 몇 번 헹궈 마실 수도 있다.

손질한 멍게는 회로 먹어도 맛있다. 뿔멍게, 붉은 멍게, 끈멍게 등은 기본적으로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달달한 끝맛이 있다. 맛, 향, 식감 면에서는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뿔멍게에 비해 붉은 멍게는 짭짜름하여 끝맛이 깔끔하다. 끈멍게는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끝맛이 약간 쓰다.

멍게 조리법은 넘치고 넘친다. 돌솥비빔밥, 초밥, 샐러드, 전, 튀김 등 새로운 별미로서 바다의 향을 마음껏 즐겨보자.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멍게 손질법 동영상(youtu.be/taMcmWRYw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