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찰 주변엔 비에도 젖지 않는 둥그런 비닐등이 대세다. 대낮처럼 환한 LED등도 있다. 그러나 도원암의 지원 스님은 연분홍빛 색종이를 한 잎 한 잎 비벼서 만든 연잎을 풀로 붙여서 연꽃 모양의 등(사진)을 직접 피워 냈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아이들도 함께 도왔다. 해질 무렵이면 연등 안에 촛불을 붙였다. 초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연꽃이 홀라당 타버리기 때문에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윽고 어두워진 마당을 가득 채운 연등. 바람에 흔들리며 일렁이는 아련한 불빛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다웠다. 촛불이 스스로 꺼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 무렵이 돼서야 돌아오곤 했다. 내 맘속에 ‘빈자의 일등(貧者一燈)’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