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7/대선 D-4]120시간 도보유세 시작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 경제정책 거의 같아… 미래 위해 3, 4, 5번중 찍어달라” 유권자들에 심리적 단일화 호소
문재인측 선거운동원들과 악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4일 대구 경북대에서 유세를 한 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부터 캐주얼 복장에 배낭을 메고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도보 유세를 벌이고 있다. 대구=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 구미, 대구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 후보에 대해 “개혁공동정부를 할 때 함께 하겠다”며 “저와 유 후보는 경제 정책에서는 거의 같아서 당선되면 경제 분야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심 후보에 대해서는 “진보의 자부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호 1, 2번은 과거다. 그대로 머물러 있자는 것”이라며 “기호 3, 4, 5번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저의) 정책만 베끼면 모르는데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는 제 워딩까지 그대로 갖다 썼다”며 “TV토론을 여섯 번 하면서 갈수록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거짓말’ 아니냐”고 비판했다. “60%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상태로 만약 당선되면 임기 첫해부터 불행한 일”이라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향해선 “보수의 기본적 가치와 완전히 반대되는 후보”라며 “차라리 유승민 후보에게 투표하시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부터 4박 5일간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도 시작했다. 그는 새로 산 운동화에 연한 녹색 셔츠, 면바지 차림으로 배낭을 메고 오후 3시경 대구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6시간 동안 대구 일대를 걸었다. 배낭에는 급한 대로 가벼운 겉옷과 휴지, 자외선 차단제, 간식과 생수 등 간단한 물품만 챙겼다. TV토론을 거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바닥 민심부터 다시 훑으면서 국민 통합을 호소하겠다”며 전격적으로 유세 방법을 바꾼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오찬은 매일 기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겠다”는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 시민들과 충분히 접촉할 수 있도록 취재진과 수행 직원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경북대에서는 대학생들과 즉석 간담회를 열었다. ‘청년 지원정책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란 질문에 안 후보는 “지금 있는 예산 제대로 용도 변경만 해도 추가 재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바로 실행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던 중앙로역 추모공간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정부에서 책임자 처벌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 못 하고 계속 넘어갔기 때문에 14년 동안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의 행보는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생중계됐다. 순간 시청자는 최대 3200여 명에 달했고 조회 건수는 66만 건을 넘었다. 방송 종료 뒤 소감을 묻자 안 후보는 “오랜만에 청춘콘서트처럼 자연스럽게 됐다”며 “TV토론에서는 그런 싸움에 능하지 못해 진심을 잘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안동·구미·대구=홍정수 hong@donga.com / 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