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논설위원
한국에서 사교육 부담은 중고교생과 학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들의 영혼까지 짓누른다. 2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유력 대선 후보들의 장담에는 이런 상황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을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업계의 진단은 달랐다.
현실 모르는 고입·수능 대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하거나 자격고사로 바꾸는 공약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절대평가가 되면 1400명 정도인 수능 전 과목 1등급 인원이 10배로 늘어난다고 사교육업계는 추산한다. 동점자가 쏟아지면 생년월일로 합격자를 가리는 수밖에 없다고 냉소를 보낸다. 지난달 말 전국 38개 대학 입학처장 84%가 ‘2021년 절대평가는 이르다’고 한 설문 결과는 감당 못할 대학의 우려를 잘 보여준다.
자격고사 전환은 1970년대 예비고사로 돌아가자는 말과 같다. 예비고사를 통과한 수험생들만 본고사를 치르게 하자 과외 광풍이 몰아쳤다. ‘과외 망국병’이라는 말이 이때 나왔다. 절대평가든 자격고사든 사교육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수능을 한 해 두 차례 치른다는 공약은 후보가 고교 실정을 아는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수능은 도입 첫해인 1993년 두 차례 실시했다가 준비하기 벅차다는 불만이 터져 나와 그 뒤 1년에 한 번만 치르고 있다. 옛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부터 2회 실시’를 검토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없던 일이 됐다. 30년간 사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 입시 컨설팅업체 대표는 이런 공약을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혹평했다.
취업연계 입시방안 나와야
정부는 중고교에 추첨과 평준화를 도입해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진학시키는 방법으로 입시 과열을 비켜 갔다. 대입은 김영삼 정부 때 ‘5·31 교육개혁’으로 대학 설립을 사실상 자유화해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대학생 수가 1990년 104만 명에서 2000년 167만 명으로 60% 넘게 폭증했다. 취업단계에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그 후폭풍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