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26.06% 껑충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유권자가 4, 5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면서 5·9대선에 대한 높은 열기가 확인됐다. 이제 관심은 최종 투표율이 1997년 대선(80.7%)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80%를 넘길지 여부다. 또 호남의 높은 사전투표율과 영남의 상대적으로 낮은 사전투표율 등이 후보들의 최종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 최종 투표율 20년 만에 80% 넘나
사전투표율 26.06%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예상하지 못한 수치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28,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0.9%였다. 일반적으로 실제 투표자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낮아 중앙선관위도 사전투표율이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을 80% 안팎으로 가정할 경우 3분의 1가량이나 투표를 마친 셈이다.
이번 대선에 앞선 지난해 4·13총선은 사전투표율 12.2%에 최종 투표율 58.0%였다. 2014년 6·4지방선거 때는 사전투표율 11.5%, 최종 투표율 56.8%였다. 둘 다 사전투표율이 최종 투표율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이미 사전투표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을 넘어 ‘5분의 1 법칙’은 깨졌다. 이 때문에 중앙선관위는 최종 투표율이 80%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에 앞서 지난달 25∼30일 실시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역대 최다인 22만1981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75.3%였다. 이는 2012년 대선 때(71.1%)보다 4.2%포인트 오른 수치다. 18대 대선 최종 투표율은 75.8%였다. 여기에 재외국민 투표율 상승치를 단순 합산하면 정확히 80%다. 지난 대선 때는 사전투표가 없었다.
○ 높은 사전투표율, 누구에게 유리할까
흥미로운 사실은 앞서 두 차례 선거에서 사전투표 결과와 최종 결과가 거의 일치했다는 점이다(그래픽 참조).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5일 “사전투표율이 호남에서 높은 것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가 빡빡하게 붙고 있다는 의미”라며 “나한테 좋은 것”이라고 했다. 호남표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문, 안 후보 양쪽으로 적당히 나뉠 경우 자신에게 나쁠 게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아직 마음을 못 정했기 때문인지, 투표 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부산과 대구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이때 사전투표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부산 36.23%, 대구 46.84%로 대구에서조차 과반을 얻지 못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유권자들이 ‘소신 투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누가 좋아서라기보다 누구를 떨어뜨리기 위해 투표하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자’들은 아무래도 막판까지 후보를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정의당 심상정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처럼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후보에 대한 소신 투표가 늘었다면 ‘1강(强)-2중(中) 후보’의 득표율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전투표는 연휴 기간 중 이뤄져 투표율 상승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를 두고 각 후보 측이 유불리를 따지는 건 오히려 표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