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이런 ‘포인트 혁신’의 흐름에서 소외된 금융업권이 있다. 바로 보험업계다. 보험 상품과 연계해 포인트를 지급하는 보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 포인트를 줄 마땅한 계기가 없어서인 것 같다. 카드를 쓰면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보험 상품은 이용할 때 포인트를 주기가 애매한 구조다. 보험을 이용한다는 건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받는 상황이므로 보험사는 손해를 보게 된다. 즉, 보험 계약 이후 아무 일이 없어야 보험사의 수익이 발생한다. 보험금을 주면서 포인트까지 제공한다는 건 보험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제안이다.
물론 보험사들도 보험료 할인이나 건강관리 서비스 등 포인트와 유사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일정 기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계약을 갱신할 때 보험료를 10% 할인해주고 있다. 종신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보장금액에 따라 보험료 할인을 제공해준다. 건강검진 안내나 질병 발병 후 사후 관리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보험에 가입할 때 3만 원 이내의 금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방안을 현실화하려면 보험사들도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상품별로 제공되는 혜택을 계약자별 포인트로 어떻게 전환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가족 등 일정 인원의 포인트를 통합해서 적립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보험 포인트의 사용처를 넓혀야 한다. 단순히 자사 보험료 할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치유 목적의 휴양림 이용이나 건강 증진을 위한 체력단련시설 이용, 건강검진 및 병원 진료 시 비용 할인, 포인트 기부를 통한 중증질병 환자의 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다른 보험사나 카드사와 협력하여 통합 포인트로 적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보험의 원형은 계(契)이다. 상호부조로 힘든 사람을 돕는 보험은 ‘모으는 것이 힘’이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금융상품이다. 더욱이 지금 같은 융합의 시대에는 상품이 서로 연계되고 지능화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포인트는 전통적인 보험의 정신을 실현하면서도 융합의 시대에 맞는 연계를 통해 보험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포인트 제도를 통한 보험 상품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