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는 분뇨더미에 온통 둘러싸인 채 대답했다. “아뇨, 아직….” 선생님은 토토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쳐다보며 친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끝나고 나면 전부 원래대로 해 놓거라.”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프로메테우스·2000년)
“애가 초등학교를 들어갔는데 와이프가 카톡 지옥에 시달려요.” 얼마 전 만난 대기업 A 과장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이가 입학하자마자 열린 28명의 같은 반 학부모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하루 종일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단다. 아이들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 건지, 어느 축구교실을 보낼 건지, 수학 과외는 어느 선생님이 좋고 영어는 누가 좋은지 등등 온갖 결정이 그 대화방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맞벌이인 A 과장의 아내는 애가 소외될까 봐 회사에서도 몰래 대화방을 들여다보며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 종례 종이 치면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거나 동네에서 킥보드를 타던 생각이 났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원 차량 안에서 친구들 얼굴을 본다. 어쩌다가 학교를 마친 후 아이들이 갈 곳을 부모가 일일이 정해줘야 하는 세상이 됐을까.
‘창가의 토토’는 지금 학교의 풍경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1940년대 일본의 한 대안학교와 1학년 토토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토토는 일반적인 학교의 교육과정을 쉽사리 따라가지 못한다. 호기심이 지나치게 왕성하고, 나무 뚜껑이 달린 책상을 수십 번씩 여닫는가 하면 수업 중에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이를 부르기도 한다.
입시도 교육도 살풍경이 된 요즘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토토는 어쩌면 2017년 서울에선 ‘문제아’에 불과한 아이였을지 모른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이 문득 그리워질 때면 이 책의 책장을 들춰보게 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