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선택의 날]대선 이후 정국혼란 막으려면
5·9대선에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통해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포스트 대선’ 정국은 여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다. 각 후보가 내놓은 개혁과제 추진은 물론이고 시급한 국무총리 인준과 내각 구성부터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야당과의 협치를 기반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열한 선거 캠페인을 거치면서 각 후보와 소속 정당은 물론이고 이념과 세대를 둘러싼 국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새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대선 후보는 책임총리와 여야의 협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무위원에 대한 실질적 제청권 행사가 책임총리 구현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새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에게 장관 임명 제청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10일 취임 직후 총리 후보자를 임명해도 국회의 인준 절차를 고려하면 새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기까지는 빨라도 한 달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야당이 새 총리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요 후보가 ‘책임총리’와 ‘민주적 절차’를 강조한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처럼 밀어붙이기식 총리·장관 임명으로 새 정부 출발부터 국회와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한 나머지 3당과의 관계 설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바로 야당 당사를 방문하겠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해야 할 협치의 핵심은 인사와 소통 두 가지”라며 “특히 4당 구조하에서는 국민은 물론이고 국회,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새 국무위원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늦게 시작될 수 있지만 출범 초기 반드시 처리해야 할 안건이 없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급한 국정 현안은 대통령수석비서관과 차관 체제로 운영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2주일 뒤인 3월 11일에야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열었다.
○ 인수위 대신 대통령 직속 자문위 운영할 수도
인수위가 가동됐던 과거 정부에서도 첫 출발은 늘 힘겨웠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회의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 구성이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로 출범하면서 사실상 내각제를 염두에 둔 책임총리제를 도입했던 김대중 정부에선 김종필 총리 인준을 놓고 야당과 극심한 대치를 벌였다. 결국 총리서리 제도를 도입하면서 3월 초 장관 임명을 마쳤지만 총리 인준은 8월 중순에야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이명박 정부부터는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과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야당과 갈등이 빚어지면서 정부 구성이 지연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이중 국적과 교육비 이중 공제 의혹으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 사퇴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작은 정부’가 야당의 반대로 갈등을 빚으면서 대통령 당선 85일이 지난 2008년 3월 13일에야 정부 구성을 마쳤다.
박근혜 정부에선 김용준 총리 후보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후보자 가운데 6명이 낙마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한동안 청와대 수석을 중심으로 비상 체제로 국정을 운영했고 총리 지명 후 국회 인준까지 18일이 걸렸다.
길진균 leon@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