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점검해볼 5인 슬로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 밝았다. 19대 대선은 지역별 몰표 현상이 사라졌고, 이념적 대결 양상도 다소 누그러졌다. 여당과 야권의 대표 선수가 맞붙는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벗어났다. 이는 이념, 정책 성향 등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형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가 된다.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내세운 슬로건과 대표 공약 등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여기에는 후보들이 집권 뒤 펼치려는 ‘대한민국 맵’이 담겨 있다.
○ 정치 철학 함축된 ‘대선 슬로건’
대선 슬로건만큼 각 후보의 정치 철학과 국정 운영 구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일부 후보의 슬로건에는 추구하는 이념 노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 ‘당당한 서민 대통령’을 양대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보수우파로서 북한의 핵 위협이 통하지 않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무수저’ 출신으로서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슬로건은 ‘국민이 이긴다’이다. ‘권력자들이 헌정파괴 행위를 해도 결국은 국민이 이긴다’는 뜻과 ‘좌우 패권주의에도 결국 국민이 승리한다’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양쪽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을 내걸었다. 기존 보수 정당의 낡고 부패한 이미지를 털어내고 ‘개혁적 보수’로 바로 서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통해 일하는 만큼 당당히 대접받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넣었다.
○ 각 후보가 생각하는 ‘청산 대상’
홍 후보의 청산 대상은 ‘종북 세력’과 ‘강성 귀족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홍 후보는 “친북세력이 대북정책을 결정하고, 민주노총이 경제정책 결정하고, 역사 부정 전교조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며 “집권하면 이 세력들을 1년 안에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패권 청산’을 외치고 있다. 문 후보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겨냥해 “계파 패권주의가 마지막으로 남은 적폐”라고 했다. 김한길 전 의원은 “패거리 정치부터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정치가 다른 분야의 적폐 청산을 주도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유 후보는 “적폐 청산에만 매달리면 또 5년간 후회할 후보를 뽑을지도 모른다”며 일단 ‘청산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그 대신에 유 후보는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다”며 진박(진짜 친박)을 보수 내 인적 청산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은 재벌·부자들 눈치 보는 정치 하겠다는 것”이라며 “60년간 지속해 온 재벌공화국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 앞세우는 ‘대표 민생 공약’은
홍 후보는 ‘서민 특화 공약’을 내놓았다. 대통령 직속 ‘서민·청년구난위원회’를 신설해 생계형 신용 불량자에게 공공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특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사법시험도 존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5년간 한시적으로 ‘청년고용보장 계획’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2년간 1200만 원을 지원하고, 구직 청년들에게 6개월간 180만 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내세운 유 후보의 대표 공약은 ‘육아휴직 3년법’과 ‘칼퇴근법’이다. 심 후보는 상속·증여세를 거둬 20세 청년들에게 1000만 원씩을 1회 배당하는 ‘청년상속제’ 공약을 내놓았다.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