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동아일보DB
한산한 휴일 전철에서 할머니의 숨찬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에는 할아버지가 멋쩍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훌쩍 앞서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전철에 먼저 탄 모양이다. 무릎이 좋지 않은지 뒤처져 걷던 할머니는 문이 닫히기 전 급히 뛰어 가까스로 올라탔다. “마누라 버리고 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타박이 이어졌다. 할아버지는 “당연히 탄 줄 알았지…” 하며 연신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올 때 절대 뒤를 봐서는 안 됐지만 초조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아내를 영영 떠나보내야 했다. 오페라, 연극, 창극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는 슬픈 사랑 이야기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