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TV토론 송곳질문으로 존재감 드러내 젊은 보수층 지지 이끌어 외연 확장… 개혁보수 세력 키울 교두보 확보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당직자들을 격려한 뒤 엘리베이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유 후보의 대선 레이스는 파란만장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앞장선 뒤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과 함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하지만 보수층에게는 ‘배신자’로, ‘촛불민심’으로부터는 국정 농단 세력의 협력자로 낙인찍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유 후보가 내건 ‘개혁 보수의 길’이 유권자의 관심을 끈 건 역설적으로 동료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였다. 이들의 ‘가벼운 처신’이 강한 역풍을 맞으면서 유 후보의 완주 동력은 커졌다. 이후 ‘안보 보수’ 성향을 띤 20대 표심에 일부 변화가 감지됐다. 유 후보는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허점을 찌르는 ‘송곳 질문’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유 후보는 9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힘들고 때로는 외로운 선거였다”면서도 “제가 추구하는 개혁 보수의 길에 공감해 주신 국민들 덕분에 바른정당으로서는, 저로서는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경 당사에서 동고동락한 당직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후보와 바른정당이 맞닥뜨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의원들의 탈당으로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2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가까스로 지켰지만 소수 야당으로서 정국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득표율에서 홍 후보에게 크게 뒤지면서 ‘보수 적자(嫡子)’ 경쟁에서 패배한 것도 뼈아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바른정당 내에서 한국당과의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국민의당과 연대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