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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동영]시급 1만 원의 걸림돌

입력 | 2017-05-10 03:00:00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그 청년은 누굴 찍었을까. 대학 나와 수십 곳에 원서를 넣어도 면접 보러 오란 소리 한 번 못 듣고 하루 몇 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해 봐야 혼자 쓸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그 청년 말이다. 누가 당선돼도 오늘 당장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건 청년이 잘 알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지금보단 나아지리란 희망으로 새 대통령을 선택했지 싶다.

나는 청년에게 희망을 줄 첫 정책은 최저 시급 1만 원이라고 본다.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고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임시직 청년 근로자에겐 생계의 모든 게 달려 있는 문제다. 현행 최저 시급 6470원 체제에서 1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57만3000원이란 통계가 나왔다. 상대적 고임금인 건설 근로자가 포함된 수치라 빵집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의 처지는 훨씬 곤궁할 게 뻔하다.

5000원 넘나드는 커피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배달치킨도 계속 올라 2만 원인데 정작 판매하는 점원 시급으론 이를 구매하기 어렵다. 이러니 청년들 분노가 갈수록 커지지 않겠나. 죽어라 일해도 임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도 임금은 제품 가격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하는 소리다. 시급 1만 원이 되려면 50% 넘게 올려야 하니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절대 금액으로 보면 3530원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도 인건비가 걱정돼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치솟는 임대료와 재료비는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최저 임금을 주지 않으려거나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말아야 근근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주인이 적지 않다. 청년 위주의 정책을 쏟아낸 대선 후보들도 단박에 최저 시급을 올리겠다고 할 수 없었던 이유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화가 난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선 KT 멤버십 카드를 제시하면 평소 15%를 깎아준다. 손님이 많은 이런 업소들도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며 최저 시급 인상에 고개를 젓는다. 매출은 일반 매장보다 많지만 임대료 비싸기는 마찬가지고 회사로부터 구입하는 각종 재료비가 훨씬 높아 최저 시급까지 오르면 영업이 불가능할 지경이란 주장이다.

소비자가 할인받을 때 그만큼의 멤버십 포인트가 해당 업주에게 돌아가는 게 상식 아닐까? 하지만 ‘할인 15%’ 중 KT는 1.5만 부담하고 나머지 13.5는 업주와 해당 프랜차이즈 회사가 분담한다는 게 업주의 하소연이다. 요즘은 한시적으로 할인 폭이 30%로 늘었다. 분담 비율이 2 대 28 아니냐, 30을 업주에게 다 주느냐는 질문에 KT는 “2 대 28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구체적 비율은 영업 비밀”이라고 했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제 몫을 다 챙기기 어렵다 보니 그 여파가 최저 시급에도 영향을 주는 셈이다. 저임금 청년이 주로 일하는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시급 1만 원의 걸림돌은 이뿐 아니다.

소비자에겐 지갑을 활짝 열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본다. 말로만 청년을 걱정하지 말고 최저 시급을 높여 청년층 우대하는 업소 주인이 오래 영업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지금 가격을 유지하면서 청년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T는 30을 다 주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고, 건물주는 적정한 임대료만 요구하며, 프랜차이즈 회사는 시급 1만 원일 때 업주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재료비를 어느 정도 낮춰야 할지 양심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 새 대통령이 인상분을 전부 부담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서로서로 조금씩 주머니를 풀어야 청년을 위한 최저 시급 1만 원이 빨리 달성될 듯하다. 이런 게 멋진 사회적 대타협이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