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됐다지만 정부 입김에 영향… 정권 바뀔때마다 회장들 수난 겪어
포스코와 KT는 3월 나란히 수장들이 연임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그러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민영화된 뒤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중도 퇴진하는 ‘회장 잔혹사’를 반복해서 겪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직전 대통령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다 탄핵까지 된 마당에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는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역대 회장들이 연임에 성공하고도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물러났다. 새로운 정권의 직간접 압박 속에 이런저런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KT도 연임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초기 검찰 수사를 받고 사임하는 일을 두 차례나 겪었다. 이명박 정부 1년 차 때 남중수 당시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임했다. 후임 이석채 회장도 박근혜 정부 1년 차 때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 물러났다. 민영화 후 첫 사장인 이용경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연임을 위해 사장 공모에 신청을 했다가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도 청와대가 이 두 회사의 인사 등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민영화됐다지만 주인이 없는 가운데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두 회사의 불운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현재 권오준, 황창규 회장도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두 회사 안팎에서는 “회장 임기를 정권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KT 회장의 거취는 새 정부의 기업 자율성 보장 의지를 확인하는 직간접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