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 초라한 성적표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대선 테마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대선후보 캠프에서 “소가 웃을 일”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해도 선거 기간 후보와의 학연 지연 등을 억지로 끌어 붙여 기승을 부리던 대선 테마주들이 무더기로 추락한 것이다.
10일 동아일보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9대 대선 주요 테마주 1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선거 운동이 시작된 4월 17일에 비해 이달 10일 이들 종목의 주가는 평균 31.60% 하락했다. 10개 종목 중 단 두 개 종목을 빼고는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가 5.80%, 코스닥이 2.10% 오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던 우리들휴브레인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9.34% 하락한 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의료용품과 장비를 만드는 회사인 우리들휴브레인은 지난해 여름부터 주가가 출렁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4일 종가 기준 4110원이던 주가가 불과 넉 달 뒤인 9월 8일 1만3800원으로 뛰었다. 2009년 회사가 설립된 첫해를 빼고는 매년 영업이익 적자를 낸 이 회사는 딱히 호재가 될 만한 뉴스도 없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선 승패와 무관한 테마주의 몰락은 과거 대선에서도 반복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16∼18대 대통령 선거 때 정치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당선인이나 차점자와 관련이 있다고 소문이 난 종목 대부분이 선거 후 5일이 지나면 동일 업종 내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마주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급락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투자 결정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선후보 캠프와 해당 기업이 서로 무관하다며 선을 그어도 테마주는 잠시 잠잠하다 이내 급등락을 반복했다. 남 부장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는 것을 방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기업도 주가 관리나 경영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해명 공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조차 불분명한 테마주는 결국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이상 급등한 테마주를 분석한 결과 대상 종목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98.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매매 손실 역시 99.6%가 개인투자자 몫이었다. 계좌당 평균 77만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매번 반복되는 정치 테마주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으려면 투자자에게만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찬영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테마주를 조장하고 시세를 조종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테마주 투자는 일종의 도박으로 투자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