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무대를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이지훈에게 골프는 소중한 즐거움이자 휴식처이다. 샷 포즈를 취한 이지훈의 눈빛이 진지해 보인다. 사진제공 ㅣ 세바스찬골프웨어
■ 노래·연기·스포츠 ‘팔색조 매력’ 배우 이 지 훈
19일 개막 뮤지컬 ‘햄릿’ 연습에 바쁜 나날
짬내서 지인들과 새벽부터 골프 “힐링타임”
80∼90타 기록 유지 어엿한 보기플레이어
늘 새로운 것에 도전 “성취감은 말로 못해”
어느덧 연예경력 21년차. 1996년 고교시절 가수로 일찍이 연예활동을 시작한 이지훈은 최근 TV와 무대의 화려한 조명 아래를 오가며 연일 종횡무진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팔색조 매력을 뿜어내는 그는 참 욕심도 많고, 재능도 많다. 여기에 운동까지 잘하는 이 남자. 정말 매력 있다.
최근 이지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뮤지컬 ‘영웅’으로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고, 다음주 새로운 작품 ‘햄릿’의 개막도 앞두고 있다. 또 다음달엔 대학로에서 ‘인터뷰’라는 소극장 뮤지컬을 통해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할 예정이다. 극의 규모와는 관계없이 무대에 대한 애정이 굉장하다.
이지훈이 뮤지컬에 몸을 담은 지도 벌써 11년째다. 지나온 이력도 화려하다. ‘엘리자벳’, ‘벽을 뚫는 남자’, ‘모차르트’, ‘위키드’ 등 많은 작품들을 통해 굵직굵직한 역할들을 소화했다. 이젠 극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든든한 맏형이 됐다. 19일 개막하는 ‘햄릿’에서도 서은광(비투비), 신우(B1A4), 켄(빅스)과 함께 주인공 햄릿 역을 맡았다. 그는 후배들에 대해 “다들 기본기가 굉장히 좋다. 파이팅도 넘치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감정에 대해 많이 묻는다. 그런 모습이 참 예쁘다. 극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다. 이젠 선배의 여유가 느껴진다.
‘햄릿’은 9년 전 이지훈이 뮤지컬 ‘신예’ 시절에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이었다. 그때도 역시 햄릿 역이었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던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햄릿’이 조금은 낯설다. 특히 예전이나 지금이나 안무가 제일 그를 괴롭힌단다. 스스로 ‘박치’라고 솔직히 밝힌 그는 여전히 노래, 연기, 춤 가운데 몸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는 “햄릿을 해본 지 너무 오래됐다. 음악은 그대로인데, 동선이나 연출적인 부분들이 많이 바뀌었다. 새 작품을 접하는 수준이다. 거의 매일 와서 연습했다. 내 인생에 제일 바쁜 시기다”라며 “그래서 어제도 장어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지훈이 10년 만에 뮤지컬 ‘햄릿’과 재회한다. 19일 개막하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베테랑 배우로서의 원숙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 | 더길
● 일상 속 즐거운 놀이 ‘골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운동만큼은 절대 빼놓는 법이 없다. 학창시절 육상선수로도 활약했다는 이지훈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운동신경이 대단하다. 골프부터 스노보드, 농구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다.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인이다.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 뮤지컬 배우, 라디오 DJ, 예능까지 섭렵한 다재다능한 방송인인 그가 운동마저 잘 한다니. 이쯤 되면 이 남자, 부족한 게 뭔가 싶다.
“그때는 골프 신동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하는 그의 어깨에는 어느새 슬쩍 힘이 들어갔다. 이후 바쁜 일정 탓에 필드에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80∼90타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골프 용어를 빌리자면 어엿한 ‘보기 플레이어’인 실력자다. 이지훈은 골프웨어 브랜드 세바스찬골프웨어의 전속 모델이기도 하다.
이지훈에게 골프는 가까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이자, 휴식처다. 골프를 칠 때만큼은 복잡한 삶의 고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단돈 1만원이 걸린 내기에도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값진 시간이다.
“지인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재미가 계속 필드로 나가게 만드는 것 같다. 요새는 너무 바빠서 새벽에 골프를 치러 가곤 하는데, 잠도 얼마 못자고 골프장에 가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도 막상 도착해서 체조하고, 공기를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면 모두들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나오니까 좋다’고.”
배우 이지훈. 사진제공 ㅣ 세바스찬골프웨어
● 끝없는 도전, 그리고 성장
지난 1월 시작한 뮤지컬 ‘영웅’이 그랬다. 청량한 고음을 지닌 그는 안중근의 무게감을 표현할 저음에 다소 취약했다. 정성화가 연기하는 중후한 안중근의 모습이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된 터라 미소년 이미지를 지닌 이지훈이 이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었다. 비록 작품 초반엔 냉혹한 평가를 받았지만, 이내 이지훈만의 색깔을 담아 진심으로 그려낸 ‘청년’ 안중근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서서히 늘었다. 이지훈은 “평소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그거 못하는데’, ‘안 해봤는데’라고 피하기보다 계속 도전하고 싶다. 솔직히 불안하고, 부담스럽다. 그런데 한편으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스스로 이겨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낚시에서 2미터짜리 참치를 잡았을 때의 손맛이 그럴까(웃음). 그런 통쾌함과 짜릿함 때문에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새로운 작품 ‘햄릿’에서도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진한 이목구비와 다정한 말투에서 비롯된 ‘느끼하다’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지훈은 “어렸을 때부터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평소에는 안 그렇다. 그냥 털털하고, 약간 무뚝뚝하기도 하다. 상남자일 때도 있고. 이제는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웃음)”며 “우리가 생각하는 햄릿은 용기없고, 어리숙한 이미지 아닌가. 부정적인 모습 이면에 외적으로 섹시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작품 속 노출 장면을 위해 몸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