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靑참모-내각 인선 ‘이낙연 총리 카드’ 의미는
“정책 차이 있어도 접점 찾을 수 있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부터)이 1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발표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에 지명한 것은 통합과 안정을 염두에 둔 카드로 풀이된다.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은 호남 출신을 중용해 탕평 인사의 원칙을 분명히 지키면서 대선에서 불거진 ‘친문(친문재인) 패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을 책임총리로 두고 내각을 통솔하도록 해 국정 공백을 조속히 수습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루속히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비상 과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인사가 총리로서 첫 내각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협치 행정, 탕평 인사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선거 전 이미 이 총리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군 출신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김황식 전 총리 이후 4년 만에 기용되는 호남 총리가 된다. 이날 임명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남 장흥군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새 정부 첫 인사의 핵심 요직 두 자리가 모두 전남 출신에게 돌아간 셈이다.
다만 이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야 간 협치 논의를 거쳐 내각 인선에 나설 방침임을 밝혀 장관 후보자 발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나.
“자주 교감하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신뢰감을 갖고 있다. 금년 초 대통령이 ‘호남과 이 지사를 국정 동반자로 모시고 싶다’고 한 적 있다. 열흘 전에는 임 비서실장으로부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준비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책임총리로서 국무위원 인사 구상은….
―야당과의 갈등 해소 방안은….
“막걸리라도 마셔가며 야당 정치인들과 틈나는 대로 소통하겠다. 10년 이상 의정활동을 같이했던 분들이 많다. 정책에 차이가 있더라도 허물없이 얘기하다 보면 정책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첫 인사를 단행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 내각에 대한 하마평도 쏟아지고 있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으로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출신인 김 전 교육감은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지휘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변에서 김 전 교육감을 신설하기로 한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추천하자 “김 교육감은 당연히 부총리를 해야 할 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는 민주당 도종환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위해 고용노동부 등 일부 부처 장관은 야당 몫으로 남겨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