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관가 분위기 조직개편 앞둔 부처들 희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10일 관가 공무원들의 표정은 부처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각 부처는 새 대통령 측으로부터 “공약을 이행할 방안을 제시하라”는 지시를 받고 새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예고된 마당에 관료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해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대적인 인사를 통한 공직사회의 물갈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 ‘조직 개편’ 가능성에 떠는 산업부 미래부
새 정부 출범으로 가장 불안해진 곳은 조직 개편으로 쪼개지거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고됐던 부처들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은 가급적 연속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처 신설이나 폐지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줄곧 밝혀 왔지만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조직 개편 방향에 따라 부처의 영향력, 승진 기회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관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도 조직 개편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대선 시기에 나오면서 조직 해체설까지 돌았던 터라 긴장감이 역력하다. 미래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있던 ‘창조경제’ 로고를 10일부터 지우는 등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추려 애쓰고 있다.
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은 대규모 변화의 소용돌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와 중앙소방본부를 각각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으로 독립시킨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직전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큰 부담이다. 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해경, 소방 독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조직이 어떻게 바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 ‘최순실 게이트’ 연루 부처도 긴장 역력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렸던 부처들 역시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당내 경선 때부터 적폐 청산을 내세웠던 만큼 조직 개편으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도 마음이 급해졌다. 문 대통령이 행자부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조만간 이전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행자부 공무원들로서는 세종 이전에 대비해 이사를 준비하는 등 삶의 터전을 옮길 각오를 해야 할 상황이다.
○ 통일·복지부는 ‘실세 부처’ 부상 기대감
반면 진보 정권 집권으로 위상이 높아질 복지·노동·통일 관련 부처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애써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는 “이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이미 대선 기간부터 문재인 당시 후보의 공약을 분석해 다양한 통일정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청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수혜 조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히려 몸조심에 들어갔다. 현재 중소기업·벤처 정책은 중기청, 산업부, 미래부 등이 나눠 맡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뿐 아니라 주요 후보가 모두 중기청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부처 간 갈등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자 중기청은 내부적으로 입단속을 단단히 시킨 상태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편집국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