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기자의 에코플러스]무공해 선거, 실현될까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갑작스러운 보궐선거의 피해자는 국민만이 아니었다. 자연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단 한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수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공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DB
이미지 기자
많은 돈과 사람이 투입된 만큼 선거로 소모되는 자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공해도 엄청나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실제 꽃과 나무, 자연이 희생되는 셈이다.
○ 30년 된 나무 8만6000그루 사라져
후보자들이 만들어 각 가정으로 보낸 책자형 선거공보는 일반 유권자용 3억600만 부, 시각장애 유권자용 점자형 선거공보 94만 부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이경희 등 후보 4명은 총 9000만 부의 전단형 선거공보도 만들어 투표안내문과 함께 보냈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19대 대선 기간 사용된 종이는 총 5000여 t. 30년 된 나무 8만6000그루를 베어야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가로수(30만 그루) 3그루 중 1그루가 선거 한 번으로 사라진 것. 장성한 나무 한 그루가 연간 6kg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감안하면 500t 이상의 온실가스도 추가로 발생한 셈이다.
○ 후보 현수막은 미세먼지 유발자
나일론으로 만든 현수막은 대부분 소각 처리된다. 전량 소각한다고 가정하면 그 처리비용(시세 t당 20만 원)만 약 520만 원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각할 때 나오는 다량의 대기오염 물질이다. 목재, 플라스틱 등 고형폐기물을 태우면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같은 미세먼지 2차 생성물질과 다이옥신 등 1급 발암물질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오염 하면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이 타고 다니는 유세차량을 빼놓을 수 없다. 후보 한 명당 이용 가능한 법정 유세차량은 340대. 완주한 후보가 13명이니 지난 선거 기간 하루 최대 4420대가 추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뜻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유세차량은 화물차 등 경유차다. 더불어민주당은 5t 트럭 5대, 2.5t 11대, 1t 290대 등 306대, 국민의당은 5t 트럭 2대, 3.5t 14대, 1t 270대 등을 경유차로 쓰고 있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승용·승합경유차 대 화물·특수경유차의 비중은 각각 62 대 38이지만 미세먼지 배출량 비중은 30 대 70이다. 단순 계산하면 화물·특수경유차가 승용·승합경유차의 4배 수준의 미세먼지를 뿜는다는 뜻이다. 수도권 미세먼지 양의 29%, 전국 미세먼지의 11%가 경유차에서 나오는 것을 감안할 때, 선거 기간 유세차량이 미세먼지 발생에 적잖이 기여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 친환경 선거 대안 내놔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도보 유세로 화제를 모은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3무(無)공해 유세’를 내세운 유 후보는 화물차를 28대만 운영하고 나머지 유세차량은 승용차나 경차를 이용했다. 자전거 유세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쓰고 난 현수막을 장바구니나 마대로 재활용하는 등 선거 폐기물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보다 친환경적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후보를 볼 수 있을까.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