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 도심 속 서점 개설 잇달아
지난달 문을 연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의 일반 서적 매장 ‘키움’은 9일 대선일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책을 보러 나온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최근 신축한 대형 쇼핑몰마다 대형 서점을 들이려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모처럼 맞이한 특별한 휴일을 종이책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난달 21일 문을 연 이 서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지하철 합정역 앞 상가건물 지하층에 3월 개점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중고책방 역시 방문객으로 가득했다. 널찍한 열람용 탁자와 한쪽 구석의 벤치는 역시 빈자리 하나 없었다.
주부 강지연 씨(37)는 “새 책과 거의 다름없는 상태인 재미난 책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내 싸게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 내용뿐 아니라 무언가를 소유하고 버리는 과정, 물건의 재활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깨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서점의 부활을 선언하기는 아직 성급하겠지만 긍정적 조짐이 확산되고 있음은 틀림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훑어본 책을 값싼 온라인에서 주문하던 소비 형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며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찾는 ‘바로드림’ 서비스 등으로 가격 차이가 없어지면서 서점 방문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외 출판시장에서도 스마트기기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책장을 넘기는 ‘물성(物性)’을 즐길 수 있는 종이책에 대한 소비 회복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국내 주요 출판사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해 자료를 내는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박익순 소장은 “지난해 주요 출판사 매출은 전년보다 1% 정도 줄었지만 내실은 차츰 더 탄탄해지고 있다”며 “서울 번화가에 경쟁적으로 대형 서점과 중고책방이 새로 매장을 연 데서 시장의 미래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매장 입지나 운영 주체에 따른 서점별 내부 공간 활용의 전략적 차별화도 두드러진다. 교보문고 합정점은 둘로 분할된 매장에 한쪽은 일반 서적, 다른 한쪽은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문 서적을 배치해 주요 유동인구의 성격을 반영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 자사 출판물 전문 서점 ‘순화동천’을 연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삶의 중심에 책을 놓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성격의 서점 공간이 속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