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수월경화
국립발레단 강효형의 전막 안무 데뷔작인 ‘허난설헌’. 국립발레단 제공
강효형은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자신의 안무작 ‘허난설헌-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렸다.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 여성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을 소재로 그의 일대기와 시를 다뤘다.
‘요동치다’ ‘빛을 가르다’에 이은 강효형의 세 번째 안무작. 전작들이 10여 분의 짧은 작품인 데 비해 이번 작품은 2막으로 이뤄진 55분 분량의 공연이다. 처음으로 맡은 긴 분량의 작품에서 강효형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 그리고 안무를 맡긴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과의 ‘스토리가 있고, 한국적이되 발레 테크닉을 보여줘야 한다’는 약속을 완벽하게 지켰다.
압권은 음악의 사용이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음악 등 전통음악 12곡을 활용해 구체적인 줄거리는 없지만 이미지만으로도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완벽한 음악적 이해 없이는 힘든 작업이다. 여기에 장면마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의상은 작품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여줬다.
아쉬운 점은 무용수들의 솔로와 2인무 등 군무가 없는 장면이다. 화선지에 난초를 그리다 생각이 많아져 자꾸 여러 갈래의 잎을 그리는 듯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초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훌륭한 전막 데뷔다. 해외 관객의 입맛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