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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등장하자 떠나는 김수남… ‘개혁 칼바람’ 앞에 선 검찰

입력 | 2017-05-12 03:00:00

[문재인 시대/검찰개혁 가시화]김수남 검찰총장 전격 사의




민정수석 임명 4시간 반 뒤 검찰총장 사의 11일 오전 임명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 사진). 몇 시간 뒤 김수남 검찰총장이 점심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용차에 오르고 있다. 얼마 뒤인 오후 2시 김 총장은 김후곤 대검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9시 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고 4시간 반이 지난 오후 2시 김수남 검찰총장(58)이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조 신임 민정수석이 기자들에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 개혁 방안을 밝힌 직후다.

김 총장은 9일 대선 직전까지 대검찰청 참모들에게 올해 12월 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고 문 대통령이 취임한 10일까지도 평소처럼 업무 지시를 하며 주변에 사임 의사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조 수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의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껴 그만둔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조국 민정수석 “지난 정부와 반대로 간다”

조 수석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 (과거 민정수석들이) 그걸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민심을 정반대로 해석하고, 악용하지 않았느냐. 완전히 반대로 갈 것이다. (문 대통령도) 그걸 원하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어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검찰을 죽이는 게 아니고 진정으로 살리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공수처가 만들어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회의 권한이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공수처 설치에) 합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영장청구권까지 가지고 있는데 그 막강한 권한을 엄정하게 사용해왔는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 1월 펴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검찰을 ‘무소불위의 검찰’로 규정하고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수사권은 경찰에, 기소권은 검찰에 분리 조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검찰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 검찰, 고위 공직자 등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유지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이 이 책에서 밝힌 구상이다.

또 조 수석은 민정수석실에 검사를 파견 받는 관행에 대해 “아주 제한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검찰이 파견된 뒤 돌아가는 게 문제인데, 이건 절대 안 된다. 얼렁뚱땅 (검찰로) 돌아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김 총장, 임종석 비서실장과 통화 중 ‘사의’ 밝혀

김 총장은 기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와 대선이 끝나 소임을 마쳤다고 생각돼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사퇴와 관련해) 새 정부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없었으며 조 수석의 임명과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김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고 조 수석을 임명하면서 검찰 권한 축소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김 총장으로선 이를 용퇴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장은 11일 공식 사의를 표명하기 전 10일 오후 임 비서실장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새 정부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면서 사실상 총장을 내보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 수석과 얽힌 과거사가 사퇴 결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 수석은 김 총장이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하자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박 전 대통령 측 일부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을 선처하려던 김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임기 보장을 약속받고 뒤통수를 친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신광영 neo@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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