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기자
7년 사이에 집은 많이 바뀌었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됐다. 2층 깨진 창문에 붙여 놓은 녹색 테이프가 사라지고 벤치가 들어섰다. 어두컴컴하던 골목길엔 가로등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창신동의 변화는 집의 외관이 바뀐 데 그치지 않았다. 창신·숭인 지역은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가 사업 추진이 저조해 2013년 가장 먼저 해제됐다. 이후 철거에서 재생으로 방향을 바꿨다. 2014년 정부의 도시재생선도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서울시도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적극 지원했다. 낡은 집과 주민 공동이용 시설을 개·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백남준기념관, 봉제특화거리 등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살렸다. 이 과정은 주민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공동체도 살아났다.
도시 재생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화두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도시 외곽에 대규모로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의 도시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 내 500곳’이라는 목표에 매몰돼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 재원 마련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재원만으론 부족하다. LH는 과거에도 임대주택, 혁신도시 등 공약사업을 추진하다 부채가 급증해 결국 2011년 전국 100여 곳의 사업을 취소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를 위해 메저닌금융이나 미래 조세 수입 증가분을 담보로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조세담보금융(TIF) 같은 다양한 금융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 재생의 의미를 주거환경 개선에 국한해서도 안 된다. 도시경제 기반을 되살리기 위한 산단, 항만 등의 정비도 시급하다. 노후 상하수도, 도시철도 등 노후 인프라의 개선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재생은 좋고 재개발·재건축은 나쁘다는 이분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은 공공 주도로 하되 사업성과 수요가 있는 곳은 재개발·재건축을 도시 재생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 재생을 건축의 관점에서 국토교통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여러 부처가 협력해 도시 재생을 통해 일자리, 문화, 복지, 교통, 안전, 관광 등의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