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경제위기에 저출산·고령화… IMF위기 맞먹는 엄중한 시기 지지율 41% 대통령에겐 벅차 야당·선거 당시 진영논리 버리고 국민전체 위해 헌신할 수 있나 국민은 정치인보다 현명하다… 진정한 소통해야 협치도 가능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맡게 된 대한민국의 상황 또한 당시 못지않은 난국이다. 북핵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연계된 외교·안보문제들과 저성장시대의 경제문제,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사회복지문제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이에 더해 여소야대 속 득표율 41% 대통령으로서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지지기반 강화 없이는 정상적 국정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야당 당사를 직접 방문한 것이나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로 지명한 것에서 사회통합과 협치를 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협치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개헌을 비롯해 각종 개혁 공약을 내세웠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도, 그렇다고 협치를 포기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대선 과정에서는 알게 모르게 진영논리가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41%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진영을 넘어 전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던 국민이 문 대통령을 지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해야 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며, 문제가 생기면 국민에게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지키며, 절차적 정당성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 주장같이 국민을 사실상 기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포퓰리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를 피하고 적재적소의 인재등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게 촛불을 들고 나섰던 국민임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힘과 능력, 판단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할 뿐만 아니라 주권자로서의 힘을 자각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이 가장 확실하게 의지할 수 있는 우군은 국민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던 국민까지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이 문 대통령의 활로인 것이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기반으로 할 때 국회의 의석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의결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매우 현명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먼저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면 결코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자기를 버리고 전체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설 때, 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문 대통령과 함께 할 때, 비로소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해서 재벌을 개혁하고 정치를 바꾸며 헌법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때 협치를 통한 개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