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고향 학교 등의 공통분모를 탐색하고 몇 사단에 근무했는지를 알아내서라도 서열을 정하는 게 남자의 속성인지 모르겠지만 연고주의는 분명 봉건사회의 유산이다. 한국사회의 4대 연고는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관연(官緣)이다. 형님, 동생 하며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사적 연고가 공조직을 오염시키는 게 인사비리다. 반면 이유가 무엇이든 지연과 학연 네트워크에는 잘 끼이질 못한다는 점에서 여자는 인사담당자로서 경쟁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하고 여성으로는 윤진숙 조윤선 두 사람만을 장관으로 발탁해 여성계를 실망시켰다. 여성 리더는 자신 하나로 충분하다는 뜻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수석을 부활하고 첫 인사수석에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임명한 것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인사수석의 신설 자체가 다양한 인재를 널리 뽑겠다는 취지라면 그 자리에 여성을 발탁한 것은 사적 인연에 기대지 않은 공정한 인사로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