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내부, 문건 재조사 방침에 반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천명한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의 초점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에게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문건은 2014년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재직 당시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벌어진 2014년 12월 민정수석비서관은 지난해 8월 간암으로 숨진 김영한 전 수석이었다.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수사 방향에 대해 “문건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유출 경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고, 실제 검찰 수사는 유출 경위를 밝히는 데 집중됐다. 이듬해 1월 우 전 수석이 비서관에서 수석으로 승진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의 문건 유출 사건 처리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정설이다.
검찰의 정윤회 문건 수사 과정을 복기하기 위한 열쇠는 두 명의 전직 검찰총장이 쥐고 있다.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65)과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58)이다. 김수남 지검장은 정윤회 문건 수사를 마친 뒤 대검 차장을 거쳐 검찰총장이 됐다.
조 수석의 재조사 방침이 알려지자 검찰 내에선 당시 수사팀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당시 수사팀의 한 간부는 “문건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 필요한 조사는 모두 다했다. 사건 기록을 공개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김수남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검사들이 동요하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11일 “언행에 신중하라. 전 직원은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를 의연하고 굳건하게 수행하기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를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 전원에게 발송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