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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의 取中珍談]마오쩌둥 뺨치는 시진핑의 우상화

입력 | 2017-05-13 03:00:00


하종대 논설위원

“아프지 않는 한 365일 거의 쉬지 않았고…(중략)…100kg의 밀을 메고 어깨도 바꾸지 않은 채 5km 산길을 걸었다.”

올해 3월 중국중앙(CC)TV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하방(下放) 시절을 다룬 3부작 다큐멘터리 ‘초심(初心)’의 한 장면이다. 하방은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인과 청년을 농촌에 보내 육체노동을 시킨 사상개조 운동이다. 하지만 100kg을 메고 쉬지 않고 5km를 가기란 역도 선수도 쉽지 않다. 중국 언론이 시 주석의 과거까지 미화 작업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대 매체에 고정코너 특설

3년 전 나온 시진핑 찬양가 ‘시다다는 펑마마를 사랑해(習大大愛着彭麻麻)’의 가사엔 ‘모두가 꿈속에서 시다다를 보길 원하고, 펑마마를 축복하면 집안과 나라가 흥한다’고 나온다. 다다는 아빠(시진핑)를 뜻하고, 마마는 엄마(펑리위안·彭麗媛)를 의미한다. 친근한 애칭이라지만 북한에서 김일성을 어버이수령이라고 부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3월엔 마오쩌둥 외에 아무도 없었던 배지에 시진핑이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의 3대 후설(喉舌·목구멍과 혀, 대변자)로 불리는 런민일보와 신화통신, CCTV에는 시 주석만을 위한 선전 코너가 2년 전 따로 생겼다. 시 주석의 성을 넣어 신화통신은 ‘학습진행시(學習進行時)’, CCTV는 ‘학습평대(學習平臺)’, 런민일보는 ‘학습소조(學習小組)’라고 이름 지었다. 언뜻 보면 각각 학습할 때, 학습플랫폼, 학습소조로 보이지만 여기서 학습(學習)이란 ‘시진핑(習近平)을 배운다’라는 뜻이다. 후진타오, 장쩌민 주석은 물론이고 덩샤오핑 시절에도 없었던 우상화 무대다.

시 주석의 통치이념을 압축한 ‘시진핑 사상’은 올가을 열리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까지 당장에 오른 지도이념은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의 3개 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이다.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오르면 지도자 이름이 붙은 지도이념은 마오 및 덩을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가을 ‘총서기 지도자’에서 ‘핵심 지도자’로 한 단계 오른 데 이어 올해는 마오 및 덩의 반열, 즉 숭앙 대상으로 오르는 셈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와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종신형 처벌은 부패 척결보다는 정적 제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진핑 사상의 당장 삽입도 사후에 오른 덩샤오핑 이론이나 퇴임 시 올라간 장, 후 전 주석의 이념에 비해 너무 이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재 불만세력 가만있을까

태자당인 시진핑이 최고지도자로 오르게 된 것은 겸손하고 인화를 잘해 상하이방이나 공청단파에서 모두 무난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시 주석이 2022년 퇴임하지 않고 종신 집권을 꿈꿀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중국의 서민들은 시 주석이 안으로 부패를 척결하고 밖으로 ‘외교 굴기(굴起·우뚝 섬)’를 펼치는 데 환호한다. 갈수록 우리의 대중(對中) 외교가 어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집권한 뒤 6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불만세력도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독재와 우상화는 전진 아니면 몰락이다. 시 주석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