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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의무휴식… 여전한 졸음운전

입력 | 2017-05-13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
작년 봉평터널 버스 참사 계기로… 올초 ‘2시간 운전 15분 휴식’ 도입
기초단체 인력부족 단속 손놓아… 자동 경고장치도 아직 시범단계
‘4명 사망’ 졸음운전자 영장 신청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추돌 사고는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 탓이었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사 정모 씨(50)는 11일 경기 파주시와 강원 강릉시 간 왕복 운행에 나섰다. 편도 기준 308.6km 거리로 정체가 없을 경우 4시간 정도 걸린다. 정 씨는 오전 8시 30분 파주를 출발했다. 오후 1시 30분 강릉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2시 30분 파주로 돌아가는 운전대를 잡았다. 정 씨는 오후 3시 28분경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앞서 가던 스타렉스 승합차를 들이받아 타고 있던 노인 4명을 숨지게 했다.

정 씨는 경찰에서 “졸음운전을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버스의 운행기록장치와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당시 운행 속도와 정 씨가 충분히 쉬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등의 혐의로 정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7월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와 판박이다. 봉평터널 사고를 계기로 버스 운전사의 의무 휴식제가 도입돼 올 2월 시행령 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시외·고속·전세버스 등 장거리 버스 운전사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최소 15분 이상 쉬어야 한다. 연속해 2시간 넘게 운전할 경우 15분 이상 쉬도록 했다. 퇴근하면 최소 8시간이 지나야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위반이 적발될 경우 버스 회사에는 최대 90일 사업 일부정지 또는 180만 원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 단속은 각 기초자치단체가 맡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은커녕 현황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약 12만6000대의 버스가 있다. 경기 지역 지자체 중에는 단속 대상이 3000대 이상인 곳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담당 인력이 1, 2명에 불과해 단속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의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개발됐지만 전면 보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졸음운전 경고 장치는 4월 수도권 광역버스 일부에 시범 보급됐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운전사 스스로 휴게소와 졸음쉼터 등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유일한 예방책인 셈이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평창=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