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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의 음악상담실]우리가 도와줘야 해요

입력 | 2017-05-13 03:00:00

<37>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ore Than Words’는 ‘말 그 이상의 것을 원해’로 번역될 수 있겠죠? 이 노래는 멜로디도 좋지만 독특한 연주 기법으로 유명한 노래입니다.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뜯는 동시에 손바닥으로 기타 통을 타악기처럼 쳐서 리듬까지 살려주는 멋진 연주 기법이죠. 기타 하나로 음과 리듬의 화합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드디어 새로운 대통령이 선택되었고, ‘우리’의 새 대통령은 ‘화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제시했습니다.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겨뤘던, 심지어 상대 집단을 적으로 여겼던 집단들이 같이 살려면 화합을 해야 합니다. 화합은 더 힘이 있는 쪽이 힘이 적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패배한 ‘적’을 함께 공존할 동등한 ‘우리’로 받아들일 때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방을 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야 하죠. 그래야 힘이 적은 쪽이 안심을 하고 마음을 열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하고, 합의를 하고,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시킬 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그 화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지속시켜야 하죠.

말보다는 행동과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인간은 언어보다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더 많이 하고, 비언어적인 정보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죠. ‘익스트림’도 오늘 소개하는 ‘말 그 이상의 것을 원해’라는 노래를 통해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행동으로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힘들죠? 위에 소개한 과정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하는 가족치료의 절차입니다. 공존하기 힘들어진 가족이 화해하고 화합하려면, 가족 내에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 사과하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위로를 해야 하죠. 가족의 화합도 힘든데, 사회라는 큰 현실에서 이런 진정한 화합은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화합은 궁극적인 목적만이 아닙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꾸준하게 지속되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새 대통령의 의욕과 열정은 뜨겁지만 대한민국의 화합은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지지자들의 뜨거운 분노, 선거의 패자가 국민의 60%라는 현실, 여소야대의 국회, 우리를 흔드는 주변 국가들…. 대통령은 대화와 소통과 타협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약속을 실제로 지키기는 참 어려우니까요.

대통령이 지도자가 돼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민을 이끌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새 대통령은 국민에게 희망과 동참의식을 심어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인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죠. 최근 몇 명의 대통령을 보셨잖습니까?

기득권을 가진 쪽이 이기적인 고집을 피운다고 반대하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더 힘이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입장이 바뀌었으니 욕하던 사람들처럼 하면 안 되죠. 또 사사건건 반대만 하고 딴죽을 걸어서 앞으로 갈 수 없다던 사람들도 겪어봤으니, 제발 새 대통령이 일 좀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화합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니까요.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