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새 풍속도’
인스타그램 골프 동호회(인골동) 남녀 회원들이 라운드 도중 익살스러운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인스타그램 골프 동호회 제공
2015년 6월 출범한 이 단체는 2년도 안 된 짧은 기간에 회원 수가 2000명을 돌파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회원인 이유진 나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모임 때마다 드레스 코드를 정해 비슷한 컬러의 옷을 입다 보니 주위의 시선을 많이 끌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국내 골프장에 대중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20, 30대와 여성 골퍼들이 필드의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최근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대중 골프장 내장객(1966만 명)은 사상 처음으로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1706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내장객 3672만 명 가운데 53.5%를 대중 골프장이 차지한 셈이다. 2006년만 해도 대중 골프장 내장객은 614만 명으로 회원제 골프장(135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철세 솔모로CC 부장은 “골프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필드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2030 골퍼’들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4년과 2013년의 연령대별 골프장 이용 횟수를 비교하면 20대와 30대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난 반면 40대부터 60대 이상까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10년 전 3.7회에서 5.1회로 증가했다. 토털 골프 문화 기업 골프존이 2014년 전국 15개 시도의 20∼59세 남녀 5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신규 골퍼는 20대(26.7%)와 30대(35%)가 두드러졌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김영란법 시행에도 골프장 내장객은 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계층의 골퍼들이 꾸준히 골프장을 찾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취업 강사인 정세정 씨가 벙커샷을 하고있다. 구력 7년에 핸디캡 20이라는 정 씨는 “골프를 통해 일하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와이드앵글 제공
한때 귀족 스포츠로 불린 골프 문화도 변하고 있다. 접대와 로비의 무대라는 오명을 들었던 골프장이 여가 활용과 건강 증진이라는 스포츠 본연의 목적을 되찾고 있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과거 골프는 일부 가까운 사람끼리만 치는 운동이라는 폐쇄성이 강했다.
화려한 골프웨어와 선글라스 등으로 한껏 멋을 낸 온라인 골프 동호회 ‘클럽 카메론’ 여성 회원들. 클럽 카메론 제공
골프장과 골프 용품 업체들은 ‘젊은 큰손’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때 ‘슈퍼 갑’으로 불리던 골프장은 다양한 가격 정책과 서비스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나 눈이 와 중간에 라운드를 관둬도 울며 겨자 먹기로 18홀 요금을 모두 내야 했다. 요즘은 악천후에는 ‘홀별 정산제’가 일반화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9홀 라운드를 도입하는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오전 이른 시간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는 그린피를 대폭 깎아 주기도 한다.
기초부터 색조까지 다양한 화장품을 비치해 둔 인천 스카이72골프장 바다코스 여성 라커룸. 스카이72골프장 제공
신세대 골퍼들은 또래들처럼 개성을 중시하고 정보기술(IT) 장비에도 민감하다. 기성품을 구입하는 대신 클럽 피팅으로 자신의 체격 조건과 스윙 스타일에 맞는 나만의 ‘무기’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다. 허리춤에 거리측정기를 차고 다니다 수시로 남은 거리를 파악하는 골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이저 거리측정기 ‘부쉬넬’의 한국 공식수입원인 카네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시장 론칭 후 해마다 30% 이상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 거래 인터넷 사이트 등을 이용해 저렴하게 용품을 바꾸는 알뜰파도 많다.
골프웨어는 전통적인 중후한 느낌에서 벗어나고 있다. 패션성과 기능성이 강화돼 일상생활에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골프웨어 와이드앵글 관계자는 “젊은 여성일수록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스로 필드의 시선을 즐기며 SNS를 통해 패션 센스를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여심을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처럼 입고 싶다’는 주말골퍼의 심리가 커지면서 인기 프로골퍼가 입고 나온 골프웨어는 ‘완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젊고 가벼워진 필드가 국내 골프 산업을 이끌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