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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대마도에 숨은 우리 역사

입력 | 2017-05-15 03:00:00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올해 3월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검정에 합격한 일본 고교 사회과 교과서 대부분은 자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기술도 여전했다.

일본 교과서의 이런 내용은 이제 자국의 행정지침으로도 명문화됐다. 올해 2월에 문부과학성이 고시하고 3월에 확정한 일본 초·중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는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했다. 이는 향후 일본의 독도 관련 외교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2008년 7월 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2014년 1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개정되면서 본격화됐다. 학습지도요령은 교육 방침 등 커다란 틀을 제시한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이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는다. 이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학습지도요령’까지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고 명시하면서 교과서 검정 및 영토 교육의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대마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국가로 변모하면서 제국주의 기치 아래 영토를 확장했다. 조선과 일본에 양속(兩屬)하던 대마도는 이 시기인 1872년 일본의 이즈하라 현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과거에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다는 역사적 사료가 많다. 삼국사기 혁거세 거서간 38년(기원전 20년) 기사에 신라의 사신으로 활약한 왜인 호공(瓠公)에 대한 글이 있고, 세종실록에도 세종 원년(1419년) 기록에 “대마도라는 섬은 경상도의 계림(鷄林)에 예속했으니 본디 우리나라 땅이란 것이 문적에 실려 있어 분명히 상고할 수가 있다”라고 쓰여 있다. 대마도의 무사 도 사다후사(藤定房)가 쓴 대마도의 역사서 대주편년략(對州編年略·1723년)에는 “대마도는 고려국의 목(牧)이다. 옛날에는 신라인들이 살았다”고 기록돼 있다.

1400∼1800년대 중국, 일본, 한국에서 만들어진 여러 지도에 대마도가 조선 영토로 표시돼 있다. 대마도는 1592년 일본인이 제작한 조선팔도총도에 경상도에 속한 것으로 그려져 있고 1830년 일본이 만든 조선국도에도 조선 영토로 표시되어 있다. 이런 자료들은 대마도가 한때 우리 영토였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한 지 사흘 후인 1948년 8월 18일 “대마도는 우리 땅이므로 속히 반환하라”고 일본에 요구했던 것도 이 같은 역사적 근거와 지도 등 사료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는 일본이 독도 문제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제시하는 역사적 근거와 비교해 볼 때 훨씬 시기적 연원이 깊고 자료도 풍부하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는데 왜 우리 민족이 거주하지 않았는지는 왜구 침입에 대비한 공도정책(空島政策)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제 와서 대마도가 어느 나라의 땅인지 정색하고 따질 일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대해 알 필요는 있다. 대마도에 대한 사료를 근거로 올바른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