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그는 대선에서 대구 전체는 물론 동구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득표가 적었다. 그래서 그런지 현수막이 “여러분이 함께 해주지 않아 외로웠습니다”처럼 읽히기도 한다.
지역구가 있는 고향이라고 해서 꼭 높은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유 의원의 전국적 인지도와 기대감에 비해 대구에서 지지가 낮은 이유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대구의 표심은 이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묻지마 투표’ 행태는 옅어지고 다양한 투표 성향을 보였다. 홍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에는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해보는 것도 지역이나 나라를 위해 의미 있다”고 유연하게 판단하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유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반드시 망할 정당”이라며 강한 증오심을 드러내곤 했다.
유 의원은 합리적이고 개혁적이며 따뜻한 보수를 내세워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무더기로 탈당했을 때도 소신 있는 자세를 보여 박수도 받았다.
하지만 대구의 일부 유권자는 그가 인간적 측면에서 큰 인물이 되기에는 부족한 게 아니냐는 견해를 보인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표방하는 것은 좋지만 어딘가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기만 옳다는 우월감으로 유권자를 가르치려고 한다” “친근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가벼워 보이고 중량감도 떨어진다” 같은 평가가 그것이다. 소속 의원들이 떠나지 않도록 당내 역할을 잘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들린다. 유 의원이 외롭지 않으려면 고향에서 나오는 이런 이야기를 경청하면 좋겠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