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北 사거리 5000km KN-17 고각발사
육중한 크기의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 1대가 굉음을 내며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의 정적을 갈랐다. 바로 옆 지하 벙커에서 천천히 빠져나온 TEL에는 탄도미사일 1발이 장착돼 있었다. 무수단이나 북극성-2형(KN-15)과는 다른 형태의 새로운 기종이었다.
○ KN-17 신형 IRBM 세 차례 실패 뒤 발사 성공
오전 5시 27분경 미사일이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TEL에서 하늘로 솟구쳤다. 500km 이상의 우주공간에서 미사일의 화염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미국의 우주기반적외선감시위성(SBIRS)이 최초로 발사 현장을 포착했다. 1분여 뒤 미사일이 비행고도를 높이자 한국군의 그린파인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도 미사일 항적을 포착해 추적 작전에 들어갔다.
미사일은 30여 분 뒤 발사 지점에서 약 700km 떨어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해상에 낙하했다. 지난해 6월 발사된 무수단의 최대 비행고도 약 1413km보다 약 600km 더 높게 비행했다. 그동안 고각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까지 날아올랐다고 군은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의 비행 궤도와 고도, 화염 크기 등을 감안할 때 KN-17 신형 지대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5, 16, 29일 발사했지만 공중폭발 등으로 모두 실패한 미사일도 KN-17로 파악됐다”며 “북한이 네 번의 시도 끝에 KN-17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 ICBM급 사거리, ICBM용 추진체 시험 가능성
통상 ICBM의 최소 사거리가 5500km라는 점에서 북한이 ICBM에 버금가는 신형 IRBM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의 비행궤도가 ICBM과 다르고, 미 본토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KN-11)부터 축적한 신형 고체연료 엔진을 개량한 강력한 새 엔진 개발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KN-17을 향후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KN-17을 추가로 발사한 뒤 이를 이동식 신형 ICBM에 장착해 기습 발사함으로써 미 본토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고각 발사로 KN-17의 사거리를 줄인 것은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요격 확률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탄도미사일은 높은 고도에서 떨어질수록 낙하 속도가 높아 요격이 힘들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KN-17이나 무수단을 고각으로 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요격이 가능하지만 패트리엇(PAC-3)으론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