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대부분 저서를 남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표작은 ‘독립정신’이다. 1904년 한성감옥에서 수감 중 집필하여 191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간됐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회고록 ‘구국(救國)의 가시밭길’(1967년)에서 5·16군사정변 이후 자신의 청와대 생활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보다 더 불안하고 부자연한 생활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바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장면 전 총리는 천주교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이던 1931년, 최초의 한글 교회사 개설서로 평가받는 ‘조선천주공교회약사’를 저술했으며 회고록 ‘한 알의 밀이 죽지 않고는’(1967년)과 가톨릭 관련 저서 및 번역서를 여럿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1971년), ‘대중경제론’(1986년·영문판 1985년), ‘대중참여경제론’(1997년) 등으로 시대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경제 구상을 밝혔다.
역대 대통령의 저서, 특히 회고록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객관성이나 진실성 측면에서 신뢰할 만한 사료적(史料的) 가치를 지닌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조선의 국정기록인 ‘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이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것과 비교한다면 지나친 일일까.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