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는 초기 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전 진화를 발표하고 인력과 장비가 화재 현장을 떠난 후에 재발화한 점은 지자체나 산림청, 소방 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탓이다. 산불은 불을 따라가면서 진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숨어있는 불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불어온 강풍의 영향이 있긴 했으나 그것만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위험을 알려야 할 여러 관계 기관 중 한 곳도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산불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산불과 관련해서는 우선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이 절실하다. 먼저 산불 개연성이 높은 곳에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 1년 중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기간인 봄철 3개월(2월 중순∼5월 중순), 가을철 2개월(9월 중순∼11월 중순) 동안 많은 인력을 집중하여 입산자를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산림청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산불감시원이 전국에 1만1000여 명이 있지만 실질적인 예방과 초기 진화보다는 관할 지역 내 산불 발생 시 연락병 역할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므로 이 시기 조금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입산금지구역이나 출입 통제 장소 등에 배치하여 허락 없이 입산하는 사람을 강력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할 필요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구심점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 부서에서도 즉각적이고 책임성 있는 행동을 신속하게 하지 못한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시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산불로 인해 황폐화된 숲이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30∼5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산불 대책 기간에 모든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여 예방에 중점을 둬 관리해 나가고 산불 대응 태세에 있어서 민관군 협력 체제를 공고히 유지한다면 국민 모두가 애써 가꿔놓은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산불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산불은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다. 아울러 이번 강릉 산불 진화 때 순직한 산림청 헬기 정비사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이기환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 소방방재청장